“김정은, 자기 뜻대로 안 돼 대단히 불안·조급한 상태”
  • 이원석·변문우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5 08:05
  • 호수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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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北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6개월 만에 갈린 北 군부, 지금 새판 짜는 중”
“김정은 딸 김주애, 둘째 아닌 맏이일 수도…후계자는 아닐 것”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대화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도발에 도발을 거듭했다. 북한은 지난해에만 30여 차례 7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지난해 말엔 무인기를 서울까지 침투시켰다. 핵무력을 법제화했고,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리고 새해 벽두부터 또 미사일을 쐈다.

이러한 북한의 극단적 행보에 대해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정부가 비례 대응에 나서고 한미 확장억제력도 강화하니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단히 불안하고 조급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가 그렇게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시사저널은 1월10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태 의원을 만나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이유, 리용호 전 외무상의 처형설, 딸 김주애 후계자설 등 최근 제기된 북한 관련 여러 현안에 대한 실체를 검증하는 인터뷰를 가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월1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월1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리용호, 처형은 불확실하지만 숙청은 분명”

지금 북한은 어떤 심리 상태와 의도를 갖고 한반도 위협 행보를 지속하는 걸까.

“언론들로부터 유사한 질문을 계속 받는데, 처음으로 시사저널에서 ‘심리 상태’에 대해 물었다.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 나왔다. 지금 김정은은 어떤 심리인가. 북한은 항상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임기 초반 기선 제압을 하려고 한다. 남북관계 주도권을 쥐려는 거다. 문재인 정부 때는 6차 핵실험까지 하면서 엄청나게 흔들었다. 지난해 5월9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도 같은 패턴을 보인 것이다. 30여 차례에 걸쳐 7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건 북한 상황에서 굉장히 많은 거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거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이 비례 대응에 나서고, 한미 확장억제력도 강화했다. 여기서 김정은이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불안감이 생긴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의 불안감이 드러난 장면이 있다면.

“도발에서도 지난 시간과 달리 무리수를 뒀다. 1년 만에 미사일 70여 발 이상을 발사하며 8000억원을 날렸는데 북한엔 어마어마한 돈이다. 또 기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고 무리수를 두다 보니 오히려 북한이 갖고 있는 군사적 취약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자 북한이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도발을 했는데, 기름도 제대로 없으니 이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또 위협하겠다고 미사일을 쐈는데, 우리한테 수거돼서 보니 1980년대 러시아산이다. 망신을 당한 거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12월30일 당 전원회의에서 국방상(국방부 장관 격), 총참모장, 민방위부장 등 군부가 100% 물갈이됐다. 모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들어온 사람들인데 6개월 만에 다 날린 거다. 결론은 2022년 하반기가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김정은이 대단히 불안하고 조급한 상태라는 것이다.”

새해 첫날에도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최근 1~2주는 잠잠하다. 도발이 예상된 김정은 위원장 생일 때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어떤 의미일까.

“12월에 군부의 핵심들이 다 바뀌었으니 새롭게 들어온 이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이전 사람들이 6개월 하고 다 갈렸는데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숨고르기를 하면서 새판을 짜는 주간이라고 본다.”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처형됐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리 전 외무상을 잘 알지 않나.

“아직 처형은 모르겠지만, 숙청은 확인이 됐다. 리용호와는 영국에서 같이 근무했었다. 2004년에서 2007년까지 그가 대사였고, 내가 부대사였다. 리용호는 1994년 제네바 미·북 고위급회담부터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까지 북한과 미국의 모든 협상에서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을 알고 세상을 아는 몇 안 되는 실력파 북한 외교관이다. 리용호의 부친 리명제는 3층 서기실의 실장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자리이고 김정일 가정의 집사인 셈이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와도 연고가 깊었고 김정은을 어릴 때부터 돌봐줬다. 그런 관계가 있는 리용호를 처형했다면 북한에 남아있을 사람은 없는 거다. 북한 엘리트층이 속으로는 더 이상 김정은과 함께 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협상파 리용호의 숙청, 처형설이 미국과의 관계 등 북한의 외교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까.

“처형까지 가지 않고 리용호의 숙청 사실만으로도 북한 외교관들의 심리적 동요가 클 것이다. 앞으로 협상파도 강경파로 줄을 설 것이고, 미·북 관계,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강경하게 가려고 할 때 어느 누가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겠나. 이러한 상태가 상당 기간 갈 수 있다. 처형이 사실이라면 곧 증명될 거다. 북한은 처형설이 돌면 그 사람을 보란 듯 내보인다. 침묵이 계속되면 사실인 것이다.”

2022년 12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 축하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 세습통치, 김정은에서 끝날 것”

하노이 회담 결렬이 북한엔 상당히 뼈아팠던 듯싶다.

“리용호가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당 전원회의에서 해임됐는데 그해 북한 외교가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회담 결렬 직후 김영철(통일전선부장), 김혁철(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김성혜(통일전선부 통일전선부 실장) 등 협상파트가 1차적으로 다 날아갔다. 2차로 경호와 의전을 조사했는데 문제가 아주 많았던 것이 드러났다. 당시 기차 동선이 다 공개됐고, 김정은이 흡연하는 사진까지 찍혔다. 특히 김정은이 묵는 하노이 호텔에 미국 기자들, 외신기자들, 한국 기자들까지 있었는데 북한이 베트남에 부탁해도 해결이 안 되니 미국 대표단한테 기자들을 호텔에서 좀 내보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나중에 조사 과정에서 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협상 대상이자 적인 미국에 부탁했다는 건 북한에선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러한 여러 문제에 대해 총책임을 지고 리용호와 당 국제부장이던 리수용이 쫓겨난 거다. 당의 행정과 외교의 투톱이 다 날아간 것이다.” 

그 후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 걸까.

“하노이 때도 쇼이자 속임수, 사기극이었다고 본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핵 군축을 하려고 했을 거다. 핵무기가 그대로 있는데 영변 핵실험장 하나 없애고 제재를 다섯 개 풀어줬다면 김정은 입장에선 핵 군축 회담이 된 거다. 그걸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단계에서 결렬시켰으니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은 셈이 됐다. 북한 핵은 내부 결속의 의미가 더 강하다. 북한군은 20년 전부터 재래식 전투력을 상실했고,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핵 개발이다. 이걸 없애면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게 뭐가 있겠나. 김정은 표현으로 북한에 핵은 만능의 보검이다. 포기 안 할 거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공식 석상에 둘째 딸로 알려진 김주애를 등장시키고 있다. 후계자로 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아니라고 본다. 미리 후계를 정하면 불리한 측면이 많다. 김일성도 성급하게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겨줬다가 꼭두각시로 전락했다. 김정일은 누구도 후계자로 확정하지 않다가 2008년 건강이 악화되자 막내아들인 김정은에게 줬다. 김주애를 데리고 나오는 건 북한 주민들에게 ‘세습이 4대까지 간다’는 걸 알리기 위한 거라고 본다. 그리고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시점과 장소를 보면 다 미사일과 관련돼 있다. 이는 미국을 향해 북한은 김정은 때도 핵을 포기하지 못하거니와 김주애 때도 포기하지 못한다, 비핵화는 없다, 이제라도 핵 군축 회담을 하자, 이런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장남이 아닌 둘째 딸인 김주애를 공개했을까.

“김주애가 맏이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제가 2016년에 한국에 왔는데 그때까지도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단 얘길 못 들었다. 김주애는 2013년에 북한에 갔던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김주애를 안아봤다고 밝히면서 이름이 나왔다. 지금 김주애가 2013년생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 산후 몇 달도 안 된 여성이 갓난아기를 행사장에 데리고 나오는 문화는 없다. 김주애가 2010년에 태어난 첫째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공개된 사진을 봐도 아홉 살짜리라고 보기엔 커 보이는 점도 있다. 무조건 첫째는 아들이고 둘째가 딸 김주애다, 이렇게 도식을 정해 놓고 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동생 김여정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김정은이 급사해 유고 상태가 된다면 과도기로서 2인자인 김여정한테 넘어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저는 김정은에서 북한 세습통치가 끝날 거라고 본다. 김정은에게 세습될 때는 모든 사람이 ‘또 3대로 넘어가네’ 하면서도 외국에서 평생 공부했기에 북한을 개혁·개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근데 자기 아버지보다 더한 것 아닌가. 피비린내 나는 가문 싸움까지 있었다. 북한 사람들이 모두 봤고, 이제는 기대가 없다.”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김정은, ‘중년의 위기’ 있을 수 있어”

북한이 스스로 붕괴할 거라 보는 건가.

“당장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20·30대가 중추세력이 됐을 때 붕괴될 거다. 북한의 2030세대는 북한의 모든 교육이 먹혀들지 않는 세대다. 그들이 배우는 커리큘럼과 교육 내용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1960·70년대의 북한을 가르친다. 무상 치료·교육·주택을 얘기하는데 제가 북한 외교부 부국장이었던 2013년 한 달 월급이 2900원이었다. 당시 1달러가 3200원이었다. 연금은 한 달 600원이다. 2030세대는 지금 북한이란 국가와 체제에 대한 신뢰, 믿음이 전혀 없다. 이 2030 컴퓨터 세대가 앞으로 북한의 중추세력이 됐을 때 북한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최근 영국 일간지에서 “김 위원장이 술을 먹고 외로움에 시달린다”며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는데.

“그러한 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김정은이 실제로 ‘혼술’(혼자 술을 마심)을 많이 한다고 한다. 술동무가 없지 않나. 북한에 동년배 친구가 없다. 상당한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 또 김정은 사진을 보면 살이 쭉 빠졌다가 늘어났다가 하기도 하는데 이것만 봐도 식생활이 절제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폭주다. 대단히 불안한 심리 상태의 표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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