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수 차례 화학물질을 먹여 살해한 30대 딸이 첫 재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보험금을 노렸다’는 기존 의혹은 부인했다. 무분별한 ‘빚 돌려막기’가 모친에게 발각돼 질책을 들은 것에 원한을 품었다는 주장이다.
12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재판서 존속살해, 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를 받는 A(38)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A씨 변호인은 “(어머니 사망) 보험금을 노리거나 경제적인 목적으로 피고인(A씨)가 어머니를 살해하진 않았다”면서 “여러 동기가 결합해 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대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A씨가 일명 ‘돌려막기’식 대처로 일관하던 중 피해자에게 타박을 듣자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는 주장이다.
검찰 공소사실 등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확인된다. 이날 검찰 측은 A씨의 범행 전 행적에 대해 “대출로 인한 채무가 생기자 새로운 대출금으로 변제하는 소위 ‘돌려막기’를 하던 중, 어머니 몰래 그의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어머니의 금품을 훔쳐 빚을 갚아 왔다”면서 “어머니에게 그 사실이 발각돼 금전적 독촉을 당하자 원망을 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숨지면 (어머니에게 갚을 돈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해 2022년 1월15일 피해자 몰래 수면제를 넣은 음료를 먹게 했다”면서 “쌍화탕에 화학물질을 넣어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무서움을 느껴 119에 신고해 미수에 그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채무를 변제한 것처럼) 카카오톡 내용을 통해 상황을 모면했는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이 들통나자 같은 해 6월 또 다시 범행했다”면서 “다시 무서움을 느껴 119에 신고해 미수에 그쳤다”고 짚었다.
A씨의 범행 행각은 점차 대담해졌다. 검찰 측은 “피해자가 6월 부동액을 먹고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 4000만원이 나왔는데, (A씨는) 어머니 몰래 그 돈을 탕진했다”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까지 어머니가 알게 되자 결국 또 다시 같은 수법으로 범행해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3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A씨는 2022년 9월23일 인천시 계양구 한 빌라에서 60대였던 모친 B씨에게 몰래 자동차 부동액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같은 해 1월과 6월 같은 수법으로 어머니에게 부동액을 먹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2건도 함께다.
B씨를 발견한 건 A씨의 남동생인 C씨였다. C씨는 같은 해 9월28일 오후 6시46분쯤 해당 빌라서 어머니 시신을 발견했다. 피해자 시신은 일부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조사 결과, A씨는 어머니 살해 후 그의 휴대전화로 남동생의 문자 메시지에 답하며 범행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