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차 조정’에 더 멀어진 오세훈-전장연…‘냉각기’ 넘기나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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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차 조정안에서 ‘지하철 5분 초과 지연시 손해배상’ 문구 삭제…전장연 반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만남이 성사될 듯 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지 않은 채 양측의 책임공방으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진정과 고소 등 법적대응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타협점을 찾기가 오히려 멀어지는 모양새다.

전장연과 서울시 간의 법적 다툼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는 지난해 11월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하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도 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또 서울지하철 삼각지역 역장 등이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 과정에서 다쳤다며, 전장연 관계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앞서 밝힌 무관용 원칙에 따른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법원은 공사가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전장연은 이를 받아들여 5분 내로 승하차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사는 수용 불가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한번 더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2월3일부터 약 1년간 전장연이 총 75차례 진행한 지하철 내 불법 시위로 열차 운행 지연 등의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청구액의 71%(약 4억3000만원)는 해당 기간 시위로 인한 운임수입 감소분이고, 27%(약 1억6000만원)는 안전요원 투입 등 현장 지원 인건비다. 

이후 법원이 2차 강제조정안에서 '지하철 5분 초과 지연시 손해배상' 문구를 삭제하면서 전장연의 반발이 커지는 양상이다. 법원은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않고, 이를 위반할 시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안을 수정했다. 공사 측이 1차 조정안을 거부하자, 지연 시간 조건을 뺀 것이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12일 논평을 내고 "강제조정 결정문에 '5분을 초과해'라는 조건이 빠진 것은 오세훈 서울 시장의 관치가 법치를 흔들어버린 결과"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2차 조정안을 수용할지 곧 결정할 방침이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전장연이 공개 방송 형식으로 요청한 오 시장과의 면담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면담 형식과 일정을 조율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전장연이 공사 측과 약속한 냉각기까지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이 약속한 냉각기는 설 연휴 전인 19일까지다. 전장연은 면담 의제를 정리해 서울시에 전달했다며 만나는 형식과 시간은 시장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월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가운데 경찰이 배치돼 있다. ⓒ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월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가운데 경찰이 배치돼 있다. ⓒ 연합뉴스

전장연은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일부터 시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지난 4일 공사 측과의 면담 후 공사 측 제안에 따라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추고 냉각기를 가지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지 않고 역사내 시민 선전전만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의 대치가 길어짐에 따라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타협안이 요원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이동권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이미 이루어낸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는 지난 10일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실현을 위한 진단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에서 "열차 내 방송과 재난 문자를 통해 열차 지연의 이유를 '장애인 단체 불법 시위'라고 안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통합과 화해를 추구해야 할 국가기관이 먼저 나서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도현 비마이너 발행인 또한 "장애인을 바라보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장의 인식이 전쟁·치안·범법(과 같은 것으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오 시장의 '휴전' 발언 속에는 장애인들과 지금 전쟁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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