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국에 이어 이제는 ‘이재명의 시간’…또다시 둘로 갈라진 대한민국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3 10:05
  • 호수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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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성남FC 사건’ 검찰 출석일, 이재명 지지자-보수단체 1000여 명 맞불 집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진 1월10일 오전, 왕복 10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과 왼쪽 도로에서 정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이날 이재명 대표의 수원지검 성남지청 출석 직전 확성기를 틀고 이 대표를 옹호하거나 비판했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이재명은 무죄” “대장동 수괴 이재명”이라고 외치며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다행히 없었다. 그러나 ‘정치인 이재명’을 두고 대한민국이 둘로 갈라진 모습이었다. 2019년 8월 시작된 ‘조국 사태’ 당시에도 서울 서초구와 종로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각각 진보-보수 성향 단체의 집회가 밤낮없이 이어졌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등의 의혹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두고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이로부터 3년여가 지났지만 ‘이재명의 시간’이 다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월10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한 날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재명이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1도까지 떨어진 1월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직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날이었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대가로 기업들의 편의를 봐줬다는, 이른바 ‘성남FC 사건’ 때문이었다. 이 대표의 소환조사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30분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약 2시간 전부터 지지자들은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한50대 지지자는 “오전 7시쯤부터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는 민주시민촛불연대와 이재명 지지자연대 등이 이끌었다. 이 대표의 고향(경북 안동)인 경북도당 로고도 보였다. 경북도당 측은 “도당 차원에서 공시적으로 집회를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의 고향인 안동과 상주 등에서 11명 정도가 올라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입구 앞인 지하철 남한산성입구역 3, 4번 출구 인근에는 파란색 물결이 일었다. 지지 단체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로고 색과 같은 파란색 풍선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3, 4번 출구에서부터 지청 입구를 동그랗게 에워쌌다.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성별은 다양했다. 특정 성별이 다른 성별에 비해 월등히 많지는 않았다. 다만 20·30대로 보이는 지지자들은 찾기 어려웠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노란색 대형 깃발도 현장에서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의 손에는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피켓이 있었다. ‘이재명이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이재명이다’ ‘표적수사 중단하라’ ‘정치탄압 중단하라’ ‘우리가 이재명이다’ 등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였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의 맞불 성격으로 나온 주장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이와 관련한 특검을 추진하라는 요구였다. 자원봉사단은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지지자들에게 따뜻한 음료를 나눠줬다.

인터뷰에 응한 50대 여성 이아무개씨(경기도 포천시)는 “성남FC 사건이 잘못됐다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것들 역시 불법”이라며 “대장동 수사부터 시작한 검찰이 성남FC 사건으로 넓혔는데, 이는 이 대표를 구속하기 위한 억지 수사”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온 40대 여성은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오늘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 지지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집단으로 알려진 개딸(개혁의 딸)들의 참여 규모를 묻는 질문에 언론의 왜곡 보도를 질타하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월10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한 날 이재명 대표 반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월10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한 날 이재명 대표 반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체포하라”

같은 시각, 성남지청 입구 건너 반대편 도로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보수 성향의 단체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신자유연대’ 등이 지지 집회와 반대로 규탄 집회를 주최한 것이다. 집회 장소 근처에는 붉은 글씨로 쓰인 ‘성남시장 이재명 구속하라’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는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는 이 대표 지지자들이 흔든 파란색 풍선과 대비됐다. 규탄 집회 참가자들은 이 대표를 겨냥해 ‘대장동 수괴’라고 불렀다. 반대편 도로를 향해서는 “이재명은 구속된다”고 반복해 외쳤다.

양측 모두 대형 트럭에 스피커와 전광판 등을 설치하고 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가 조사를 받던 시각, 보수단체는 가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CAN의 《가라가라》 등의 노래를 틀고 이 대표의 구속을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50대 남성 안아무개씨(서울시 강남구)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며 “그간의 불공정에 대해 분노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 시민이라는 6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우리나라에 안보나 경제 등 위기가 심각한데,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지지 집회를 할 만큼 대단한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장시간 이어진 집회 현장에서 양측 간에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도착 직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10시20분쯤, 이 대표가 나타나자 현장에서 고성과 지지자들의 외침 등이 뒤섞였다. 이 대표는 당 지도부·의원단 40여 명과 함께 성남지청 입구에서 지청 본관 앞 포토라인까지 100여m를 도보로 이동했다. 이때 지지자와 기자, 유튜버, 경찰 등이 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본관까지 이동하는 데만 15분가량 걸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넘어졌다. 경찰통제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지지 집회에는 600여 명, 규탄 집회에는 500여 명(이상 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12개 중대 900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양측 단체는 전날인 1월9일 오후부터 집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국 사태’ 당시에도 진보-보수 성향 단체가 맞불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은 서울 서초동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표적 수사를 비판했다. 이들은 검찰 개혁과 함께 ‘조국 수호’를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 전 장관을 규탄하는 등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당시 현장에서는 조 전 장관 임명 등을 강행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진,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반대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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