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뇌전증’ 병역비리 파장 어디까지…연예·스포츠 스타 줄소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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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라비 병역법 위반 혐의 입건 등 파장 확산
검찰·병무청 합동수사팀, 브로커 구속 및 수사 확대
가짜 뇌전증을 내세운 병역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가수 라비가 2020년 10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올해의 브랜드 대상'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짜 뇌전증을 내세운 병역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가수 라비가 2020년 10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올해의 브랜드 대상'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짜 뇌전증'을 내세운 병역비리 파장이 확산일로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병역 면탈을 시도한 이들의 검찰 소환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추가 연루자 여부에도 촉각이 쏠린다. 

13일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의 병역 비리 합동수사팀은 최근 그룹 빅스 소속 라비(김원식·30세)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은 라비가 병역 브로커를 끼고 의료 기관에서 뇌전증 판정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재검을 신청, 신체등급을 낮춘 뒤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라비 소속사 그루블린 측은 병역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지자 "면밀히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언제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소속사가 의혹을 부인하지 않음에 따라 방송계에서는 사실상 라비의 검찰 입건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1993년생인 라비는 2012년 그룹 빅스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솔로 래퍼로 활동하며 예능 프로그램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음악 레이블 그루블린도 설립했다. 라비는 2019년 12월부터 KBS 예능 《1박2일》 고정 멤버로 활동하다 지난해 5월 하차했고, 같은 해 10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당시 어떤 이유로 라비가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라비 측은 "건강상의 이유"라고만 설명했다. 

연예계와 스포츠계 등 병역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검찰과 병무청의 합동 수사가 확대되면서다. 합동수사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수사를 벌여왔고, 병역 브로커 일당을 검거하며 성과를 냈다. 병역 면탈 비리에 유명인들이 대거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팀 확대를 지시하는 등 판이 커졌다.   

브로커를 통한 병역 면탈 혐의를 인정한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조재성이 2021년 2월18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브로커를 통한 병역 면탈 혐의를 인정한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조재성이 2021년 2월18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검찰은 프로축구와 배구, 승마·볼링 선수 등도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병역비리 연루 정황이 드러난 인물은 일반인을 포함해 70여 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줄소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뇌전증을 꾸며내 병역 면탈을 알선한 직업군인 출신 행정사 구아무개(47)씨를 지난달 21일 구속 기소하고, 또 다른 브로커 김아무개(38)씨를 지난 9일 구속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와 지방에 병역 문제 관련 사무소를 차린 뒤 면제 방법을 알려주고는 한 사람당 수천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씨와 김씨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신체검사, 재검사, 이의제기, 현역 복무 부적합심사, 복무 부적합, 연기 전문 상담' 등을 내걸고 병역 기피자들을 모집해 병역 면탈을 알선했다.

병역 브로커들은 계약한 의뢰인이 처벌을 우려해 포기하려고 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식으로 협박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 구씨의 도움을 받은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조재성(28)도 SNS를 통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 "행정사에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더니 이미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안 하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압박해 병역비리에 가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지난 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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