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의 ‘고데기 학폭’, 현실도 잔혹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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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학교폭력에 경종 울려
‘고데기 폭행’, 2006년 청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흥행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잔인한 학폭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경각심과 함께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극 중 자행된 ‘고데기 폭력’이 가공된 허구의 스토리가 아닌,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동은(송혜교)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온 생을 건 치밀한 복수를 진행하는 이야기다. 끔찍한 폭행 장면과 함께 담임 교사 등을 포함한 주변의 다수 인물이 폭력 상황을 방관하는 모습을 무겁게 묘사하며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 가해자들은 고데기 열 체크를 한다며 신체 곳곳에 화상을 입히는 잔혹한 폭력까지 일삼으며 동은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이 같은 장면 때문에 학폭 장면을 그려낸 1화를 보다가 하차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극 중 등장한 ‘고데기 폭력’은 과거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2006년 청주의 J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고데기와 머리핀, 야구방망이 등으로 동급생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고, 양팔을 붙잡은 채 고데기를 이용해 화상을 입혔다. 20일 가까운 폭행으로 인해 피해 학생은 심한 화상과 꼬리뼈가 튀어나오는 상해를 입었고, 트라우마로 인해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당시 피해 학생은 “수일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 체크를 해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 가해자들은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어내는 의식 같은 형벌까지 자행했다”고 토로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가해 학생은 피해자를 협박해 다른 학생들을 가해자로 지목하게 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가 무서워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최우성 수원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전담 장학사는 MBC라디오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폭력법은 2004년 1월29일 제정됐고, 2004년 7월30일 시행됐다. 이 사건은 2006년에 발생한 사건이다. 주범인 가해자 1명은 구속되고,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학교와 선생님들은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실제 (가해자들이)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영장전담 판사는 “사회 상규에 비추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널리 인식시키기 위해 소년범에 대해 부득이하게 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폭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피해 응답률’은 1.7%로 조사됐다. 응답자 321만명 중 5만4000명에 달한다. 전수조사가 시작된 2013년(2.2%)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신체 폭력 비중(14.6%)도 전년도 조사 대비 2% 이상 증가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117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3만7745건으로, 이 중 가장 많이 신고된 유형은 폭력(1만1610건)이었다. 신고 비율이 낮아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장학사는 ‘보면서 너무 괴로웠고 안타까웠던 학교폭력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너무 많다”고 답했다. 또 “점점 (범죄를 저지르는 나이가) 저연령화되고, 교묘해지면서 흉포화된다는 점에서 서서히 촉법소년 기준 나이를 내려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동시에 교화 또는 예방을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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