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가시밭길, ‘김무성의 길’ 걷나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6 15: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羅, 尹대통령·친윤계와 연일 대립…“당심·민심 잡았던 金과 오버랩”
나경원 전 의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연합뉴스 시사저널 이종현
나경원 전 의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연합뉴스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과 대통령·친윤(친윤석열)계의 대립각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시켰다. 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은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라며 나 전 의원을 저격하고 있다. 이에 나 전 의원도 페이스북 메시지로 응수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의 이러한 행보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행보’와 오버랩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심과 민심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에 반해 여당 대표로 깜짝 선출됐던 바 있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계는 서청원 전 의원을 당권 후보로 전격 지원했다. 이에 맞선 비주류 주자로는 김 전 대표가 부각됐다. 김 전 대표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당무개입과 친박계의 세몰이에 거부감을 느낀 비박(비박근혜)계의 결집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차기 대선주자로서 기대감까지 더해져, 김 전 대표는 전당대회 여론조사와 당원투표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다.

이때부터 예고된 당청(여당-청와대) 불화는 2년 뒤인 2016년 총선 당시 발생한 ‘옥새 파동’으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당 대표 직인을 들고 본인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갔다. 친박계의 당 대표 흔들기와 ‘진박 공천’에 반발하는 목적이었다. 이후 당청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됐다. 당은 민심을 잃어 총선에서 참패하는 수모도 겪었다. 여기에 여권 분열과 국정농단 사태까지 겹치며 결국 탄핵정국까지 이어졌다.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의 상황이 김 전 대표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도 전부터 친윤계 의원들은 물론 윤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나 전 의원과 대통령·친윤계 간 관계는 루비콘 강을 건넌 느낌”이라며 “앞으로도 나 전 의원과 윤 대통령이 함께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 계기로 신당 창당 거론될 수도”

만약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를 풀지 않고 당 대표가 될 경우 윤석열 정권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의 행보를 예시로 들며 “대통령과 각을 진 사람이 당권을 쥐면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올라간다면 괜찮겠지만, 내려간 상태에서 당대표와 각을 진다면 총선은 물론 정권 재창출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나경원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여권 내부의 ‘파워 게임’이 전당대회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에선 나경원 대표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전복시키려 할 것이다. 나 전 의원도 절대로 윤 대통령의 의중을 받아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박 평론가는 “나 전 의원이 대통령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천 혁신’을 주도해 윤 대통령의 사람들을 측근에서 배제시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100석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그때부터 윤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 교수는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제3의 보수 정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당정 간 적당히 밀고 당기는 관계는 오히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덜 지게 해 윤 대통령을 보호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정 간 (갈등) 관계가 극도로 치닫게 돼 서로 ‘내부 대포질’로 이어지면 차후 신당 창당까지 거론되는 등 (여당정부가) 자멸의 길로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망하는 징조는 ‘내부 분열’에서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