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추락사’ 가해 학생, 살인 혐의 기각…이유는?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01.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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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만취 상태”…징역 20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인정 안 해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20)이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건물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20)이 2022년 7월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캠퍼스에서 동급 여학생 성폭행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창밖으로 떨어뜨려 사망케한 20대 인하대학교 남학생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다만 검찰이 적용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기각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임은하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서 성폭력처벌법상 준강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인하대생 A(2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함께다.

이날 재판부는 A씨를 강도높게 질책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 수법에 대해 “같은 학교에서 평범한 동기로 지낸 피해자를 성욕 해소의 도구로 삼았고 (술을 마셔) 인사불성 상태에서 성폭행하려고 했다”면서 “(이후 건물에서) 추락해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도 112나 119 신고 등 인간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도 하지 않아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는 이제 막 대학 신입생이 됐는데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아무런 잘못도 없이 고귀한 생을 마감하게 됐다”면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느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엄중한 처벌을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 적용됐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사망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이 있다고 보여질 때 인정된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만취한 상태였던 피고인이 위험성을 인식하고 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추락 장소에 휴대전화, 신분증, 피해자 지갑 등을 놓고 가기도 했는데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것 같진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범행 전에도 술자리에서 피해자와 일상적인 대화를 했고 이후 다툼이 있거나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길 이유도 없다”면서 “피해자 사망으로 피고인이 얻게 되는 이익도 없으며 중한 형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직전 결심 공판서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작년 7월15일 새벽쯤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안의 5층 높이 단과대 건물서 피해자를 성폭행 하려던 중 건물 밖으로 추락시켜 사망케한 혐의를 받아왔다. 추락한 B씨를 뒤로 한채 자취방으로 도주, 당일 오후 긴급체포 됐다. 이후 인하대 측은 학생상벌위원회를 거쳐 A씨를 퇴학 조치했다.

A씨의 재판 과정은 이날 선고 공판을 빼곤 그간 공개된 바 없다. 피해자 측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돼온 까닭이다. 그간 A씨는 재판부에 총 33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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