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38년 간 뇌병변 딸 돌보다 살해한 60대母 ‘집행유예’ 선처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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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檢 구형량은 징역 12년
재판부 “국가나 사회 지원 부족…피고만의 탓 아니다”
약 38년간 돌보던 중증 장애인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시도한 60대 A씨가 지난 5월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약 38년간 돌보던 중증 장애인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시도한 60대 A씨가 지난 2022년5월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0여 년간 돌보던 뇌병변 장애인 딸이 암 진단까지 받자 살해한 60대 친모가 1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 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선고공판서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A(64)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검찰 측 구형량이 징역 12년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선처한 것이다.

먼저 재판부는 A씨의 살인 범행 자체는 인정했다.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서 범행했다는 피고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생명을 결정한 권리는 없고,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 “(A씨에게)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선처의 이유에 대해 “(뇌병변을 가진) 피해자를 38년 간 돌봤다”면서 “피고인(A씨)은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돌봄에 대한 사회·제도적 한계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 5월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인 피해자 B씨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하며 극단 선택을 시도했으나 약 6시간 후 집을 방문한 아들에게 발견되며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 유족은 그간 A씨의 선처를 재판부에 호소해왔다. A씨의 아들이자 피해자 B씨의 동생인 C씨는 앞선 결심공판에 출석해 “엄마(A씨)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누나(B씨)에게 대·소변 냄새가 날까봐 매일 깨끗하게 닦아줬고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예쁘게 입혀주면서 키웠다”며 “(앞으로)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지금껏 고생하며 망가진 엄마의 몸을 치료해 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같은 재판서 A씨는 “제가 그날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딸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나쁜 엄마가 맞다”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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