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백운규·조명균·유영민 前장관 기소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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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부처 공공기관장 19명 사퇴 종용한 혐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당시 장관 3명과 청와대 인사 2명 등 5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1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현옥 전 인사수석비서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등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지 약 4년 만이다.

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산자부 산하 11개 기관장에게 사직을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2017년 9월 서부·남동·중부·남부발전 등 '발전 4사' 기관장을 서울시내 호텔과 식당으로 한 명씩 불러내 "이번 주까지 사직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의심한다. 

또 2018년 3∼7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석유공사 등 공공기관 3곳 임원으로 정치권 인사를 내정한 뒤 직무수행계획서를 대신 써주고 면접 예상 질문과 모범 답안을 알려주는가 하면 면접위원들에게는 내정 사실을 알려준 혐의도 있다. 

백 전 장관은 산하 민간단체인 한국판유리산업협회·한국태양광산업협회·한국윤활유공업협회 상근부회장들에게 사표를 제출받고, 그 자리에 문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은 김 전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월 천해성 당시 통일부 차관 등을 통해 임기를 약 1년 남긴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손 전 이사장이 이를 거부하자 "조용히 사직해달라"며 직접 사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2017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당시 과기부 이진규 1차관,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을 통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 산하기관 7곳 기관장에게 사직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인사수석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장관 지시에 따라 수동적·소극적으로 관여한 각 부처 차관들은 기소유예 처분됐다. 검찰은 김우호 전 인사비서관과 박상혁 전 행정관 역시 불기소 처분하고, 각 부처 실무자들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서울 중앙지방검찰청 현판 ⓒ시사저널 자료사진
서울 중앙지방검찰청 현판 ⓒ시사저널 자료사진

이번 수사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인호 전 산업부 제1차관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산업부 '윗선'이 한국전력 자회사 사장 4명을 압박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은 사퇴 압박이 국책연구기관장과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같은 해 3월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 11명을 추가로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산업부와 산하 자회사 8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일각에서 검찰이 정권 교체를 기다렸다가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검찰은 지난해 4월 보도자료를 내고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보복 수사', '코드 맞추기 수사'라는 등 논란이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2년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돼 공공기관장 사퇴 종용과 인사권 남용에 대한 법리가 정리돼 본격적으로 수사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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