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의 아픔이 서린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나서자 외교부는 주한 일본 대사대리를 초치하며 항의했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청사로 주한 일본 대사대리인 나미오카 다이스케 경제공사를 초치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재신청에 항의하기 위함이다. 외교에서 ‘초치’(招致)란 자국에 주재중인 외국 대사나 공사 등을 외교당국 사무실로 불러들이는 것으로, 통상 상대국에 대한 항의 행보로 해석된다.
우리 외교당국은 작년 일본이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공식 결정했을 당시에도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며 항의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현재 아이보시 대사는 일시적인 본국행으로 대사관을 비운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의 논평에서도 “2015년 등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후속조치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유사한 배경의 ‘사도광산’을 또다시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2015년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이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알리겠다던 약속부터 이행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외교부는 “근대산업시설 등재 시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거듭된 결정부터 조속히 이행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면서 “정부는 전시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포함한 전체 역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와 함께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의 논란은 전날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사무국에 2024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정식 추천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일본 정부는 작년 2월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신청한 바 있으나, 제출된 서류의 유산 설명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심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작년 9월 잠정 신청서를 재차 제출, 전날엔 정식 추천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산의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했다. 일각에선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사도광산 전체 역사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