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尹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일변도? 동의하기 어려워”
  • 변문우·구민주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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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與 청년최고위원 출마한 ‘北 출신’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②
“北에 한류 문화 이미 깊숙이 개입…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
“가난한 꽃제비 출신이 남한 여당 최고위원? 그 자체로 핵보다 강력한 무기될 것”

‘꽃제비(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가난한 북한인)’ 출신 탈북민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의 청년최고위원 도전은 그 자체로 ‘사건’이다. “가난한 꽃제비가 목발을 짚고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넘어와 여당의 최고위원까지 된다면 그 자체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굉장한 상징이 될 것이다.” 1월19일 인터뷰 도중 의원실 벽면에 걸려 있는 ‘꽃제비’ 그림을 한참 바라보던 지 의원은 “저의 최고위원 당선은 북한에 그 어느 핵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 의원은 ‘북한통(북한 전문가)’으로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일변도’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추가적 군사도발엔 더욱 단호해야 한다. 우리 국민, 특히 2030세대에서도 바라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은 그만큼 북한에 한계가 다가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지성호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지성호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지 의원이 북한에서 경험했던 ‘꽃제비(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가난한 북한인)’ 생활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왜 이렇게 나온다고 분석하나.

“북한의 내부사정이 상당히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경제난이 극심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부터 재개한 북·중 무역 사정도 그렇고, (북한의 경제상황은) 사실상 멈춰있다. 이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도 날로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전의 북한이 아니다. 최근에 북한에선 남한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만들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김정은이 정권 유지에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현재 북한은 마땅한 출구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곧 한계가 올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기조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일각에선 지나치게 강경하기만 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윤석열 정부의 대북기조가 ‘강경일변도’라는 것에 동의하긴 어렵다.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나. 2030 청년들은 북한의 잘못에 더욱 강경하게 목소리를 내주길 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때부터 항상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어두었다. 다만 원칙을 바탕으로 한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공동번영을 꾀했던 것이다. 지난 15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농업기후협력을 위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도 권 장관과 유엔아동기구 유니세프 총장이 만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정권의 특성상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권 초인 만큼 조금 기다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답답함이 많았다. 가난해도 행복했던 시민운동가 지성호를 국제인권운동가로 만든 계기도 문재인 정부였다. 자국민이 북한에 억류돼있는데도 태우고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다 그렇게 하는데도 문 전 대통령은 평양 순방 후 북한으로부터 송이버섯을 받은 사실만 이야기했다. ‘왜 저 사람을 대통령을 만들었을까’ 안타까움이 많았다. 당시 북한인권 활동가들도 핍박을 받고 많이 힘들었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지성호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지성호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번 청년최고위원 출마선언문에 ‘통일을 준비하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 의원이 그리는 통일의 그림은 무엇인가.

“국민의힘은 통일을 원한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서와 국회의원 선서에도 통일은 명시돼있다. 우리 당은 통일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제대로 하지 않았던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도 다시 동참했고 북한인권재단 정상화 노력도 하고 있다. 통일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주민들의 각성이다. 현재 북한에 한류 문화가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젊은 세대의 인식이 바뀌고 있고 외부 정보도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다. 중국만 봐도 월드컵 축구를 보며 젊은 세대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나.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청년최고위원에 당선되면 이는 그 어떤 핵무기만큼이나 북한에 강력한 위협이 될 것이다.”

본인의 당선이 북한에 강력한 위협이 될 거라는 근거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저는 북한에 살 때 평양도 한 번 못 가본 가난한 꽃제비였다. 목발을 짚고 자유를 향해 넘어온 지성호가 남한 국회의원이 된 것도 충격인데 지도부가 된다면 북한의 모든 교재가 바뀌어야 할 정도의 사건이 된다. 청년최고위원은 북한으로 봤을 때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에 해당하는 높은 자리다. 똑똑한 사람들은 전부 노동을 해야 하고, 고위층은 전부 세습을 통해 혜택을 누리고 있는 북한에서 봤을 땐 충격이 클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노동자로 살아가는 자신들의 처지와 저의 상황을 비교하며 ‘나는 뭐하고 있나’, ‘우리 자녀들은 저렇게 살 수 없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북한 내 균열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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