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1%’ 행동주의 펀드 요구에 KT&G가 꺼낼 비책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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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딴 주주제안 발송에 주주환원책 제시 가능성
오는 3월 주총서 사외이사 요구 관철시킬까
서울 강남구 KT&G 본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KT&G 본사 전경 ⓒ연합뉴스

기업설명회(IR) 시즌이 시작됐다. 4분기 및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자리이지만 KT&G의 경우 다소 상황이 다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한 제안들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여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IR에서 만족할 만한 KT&G 측의 조치가 없다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KT&G가 오는 26일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다. 이번 IR 개최 이유는 경영 전략에 대한 투자자 이해 증진 및 주주 소통 강화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를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다.

최근 들어 KT&G를 둘러싼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칼라일그룹 한국지사 대표 출신인 이상현 대표가 이끄는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lashlight Capital Partners·FCP)는 지난 19일 2차 주주제안서를 KT&G 이사회에 발송했다. 제안서에는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 주주환원 및 거버넌스 정상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FCP는 지난해 10월에도 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보낸 바 있다.

이번 제안서에서 달라진 점은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상현 FCP대표는 “두 후보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어 시가총액 10조원이 넘는 KT&G 대표이사의 멘토와 엄정한 감독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라며 “발송한 안건들은 KT&G가 글로벌 회사, 주인 있는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 공사 단계”라고 말했다.

FCP와 함께 인삼공사 인적 분할 상장을 요구해 온 안다자산운용도 지난 17일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국내 모 대학 회계 전문 교수와 루이비통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을 지낸 김도린 대표 등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대표는 “KT&G에는 글로벌 회사 수준의 명망 있는 재무·회계 전문가가 부족하고, 여성 사외이사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며 “우리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KT&G의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도우려는 것임을 KT&G 경영진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FCP는 상법상 주주제안 자격요건 (지분 1.0% 이상)을 갖춘 상태이고, 안다자산운용의 지분율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낮은 지분율에도 이들이 KT&G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KT&G의 소액주주 지분율이 65.3%에 달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지지를 등에 업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소액주주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우고 있다. 이들은 KT&G가 2008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가는 2008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FCP의 주주 제안에 이어 KT&G가 예정된 자사주 매입 등을 단행하자 8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9만원대로 올랐다. KT&G의 주가는 25일 장중 9만5000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먹튀' 칼 아이칸의 재림? KT&G가 제시할 대책은?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다른 속내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과거 KT&G와 행동주의 펀드 간의 악연이 있었던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칼 아이칸은 KT&G 지분 5%를 확보한 뒤 한국인삼공사 상장, 유휴부동산 처분, 주주환원책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에 KT&G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했고, 칼 아이칸도 이에 합의했다. 하지만 칼 아이칸은 이후 1년여 만에 지분을 매각하며 15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2006년 당시 칼 아이칸과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편 KT&G 측은 “오는 26일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KT&G 그룹의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실행전략, 전체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미래 비전 및 성장 전략에 대해 주주를 비롯한 시장관계자들과 공개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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