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대북코인” 우회상장 의혹…1300% 폭등 후 ‘잡코인’ 됐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3 07:3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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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대북 창구 아태협 발행 코인 ‘APP427’과 교환협약 맺은 ‘LCMS’의 수상한 가격 변동
“해킹당했다”는 발행사, 쌍방울과 함께 경기도-아태협 행사 후원…“아태협이 일방 결정했다”

불법 대북 송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 자사가 발행한 암호화폐의 우회 상장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우회 상장에 쓰였다고 지목된 또 다른 암호화폐는 두 달 만에 14배(1300%)로 급등했다가 폭락하는 이상 현상을 보였다. 사기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해당 암호화폐를 발행한 중소기업의 사업성도 의문을 낳고 있다. 이 기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아태협의 공동 주최 행사에 쌍방울과 함께 후원사로 참여한 바 있다.

아태협이 발행한 암호화폐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APP427’이란 코인이다. 아태협의 영문 명칭인 ‘Asia Pacific Peace’의 앞글자와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27일을 따서 만들어졌다. 그에 맞춰 총 발행량도 427억 개로 정했다. 대북 사업 지원과 북한 화폐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원래 APP427은 정상회담 개최 2주기인 2020년 4월에 맞춰 발행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더리움 거래 기록을 보여주는 이더스캔에 따르면 최초 전송 기록은 2019년 7월로 나와 있다. 이달은 아태협이 경기도와 함께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공동 개최한 때다. 여권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와 아태협의 유착 관계를 근거로 APP427을 “이재명 대북 코인”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1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APP427를 언급하며 “이재명의 경기도-아태협-쌍방울의 3각 커넥션이 북한에 얼마나 송금했는지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도 지난해 10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미국 출장을 두고 “이재명 대표가 대북 코인 사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배경 사진은 LCMS 코인이 비트글로벌에 상장된 2021년 4월부터 그해 말까지 가격 변동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발행가 100원이었던 코인이 2021년 5월28일 1482원으로 14배 이상 올랐다가 지금은 1원도 하지 않는다. ⓒ코인마켓캡

“태국 상장됐다”던 APP427, 상장 기록 없어

당초 APP427은 태국의 한 거래소에 상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상장 사실을 뒷받침하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까지 이체된 횟수는 36회에 불과했다. 이체된 코인 개수도 ‘000’ ‘0000’ 식으로 일정하게 떨어졌다. 설령 상장됐다 해도 자유로운 공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국내 상장 이력이 있는 암호화폐 발행업체 임원은 “상장 코인의 거래 내역으로 보기는 매우 힘들다”며 “아태협이 태국에 직접 거래소를 만든 뒤 자체 상장했다고 홍보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APP427을 보유한 지갑(암호화폐 보관 계정 또는 기기)은 23개가 전부다. 금융시장으로 치면 23개의 지갑 속에 통용되지 않는 화폐를 잔뜩 넣어둔 셈이다.

그런데 APP427이 ‘LCMS’란 상장 코인과 상호 교환이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코인을 서로 바꾸는 코인 스왑(coin swap)은 비상장 코인을 구매하거나 거래 수수료를 아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LCMS는 경기도 화성시의 중소 화장품 제조업체 L사가 발행했다. 2020년 4월7일 L사는 APP427을 발행한 아태협과 ‘세계평화를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APP427과 LCMS는 (2020년) 4월7일 이후부터 언제든지 상호 교환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또 “상호 규약된 내용에 따라 그 지위를 함께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상장 흔적을 찾을 수 없는 APP427과 달리 LCMS는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다. APP427이 우회 상장을 한 것으로 추측되는 정황이다. 혹은 LCMS가 상장된 이후 코인 스왑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유한 암호화폐를 담보로 제3의 지갑을 이용해 코인을 교환하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 개발업체 대표는 “APP427과 LCMS 모두 매수자가 없는 무가치한 코인이라 자기들끼리 판을 짜고 교환했을 수 있다”고 했다.

APP427 백서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블록체인 전문가 박아무개씨는 “APP427과 LCMS 모두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과거 아태협 간부를 맡았다가 관계를 끊었는데 이후 아태협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면서 내 이름을 마음대로 쓴 것”이라며 “허락도 없이 이름을 써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LCMS는 바이오·태양광·이차전지 사업 참여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L사는 “투자자가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약속을 내걸고 2020년 9월 LCMS 10억 개를 발행했다. 이후 그달 바로 싱가포르 거래소 디지파이넥스에 상장됐다. 2021년 3월에는 빗썸의 글로벌 거래소 비트글로벌에 상장됐다. 두 곳 모두 금융위원회에 영업을 신고하지 않은 거래소다. 특금법에 따라 이 같은 미신고 해외 거래소의 국내 영업은 불법이다. 어쨌든 LCMS는 이들 거래소에 이름을 올렸고, 곧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였다.

LCMS가 상장된 비트글로벌에 따르면 2021년 4월말까지 300원 안팎을 오가던 LCMS 가격은 그해 5월13일 720원을 기록했다. 5월28일에는 전 기간 통틀어 최고점인 1482원으로 치솟았다. 상장 2개월 만에 5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발행가인 100원을 기준으로 하면 14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이후 LCMS는 등락을 반복하다 2021년 7월말 다시 300원 밑으로 떨어지며 원래 가격으로 돌아갔다. 2021년 8월 들어서는 100원대로 주저앉았다. 2022년 3월부터는 1원도 안 되는 ‘잡코인’으로 전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최고가 기준 2212억원에서 현재 약 500만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복수의 네티즌이 LCMS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투자자들 코인은 거래가 안 되게 묶어놓고 자기들 배만 불리고 있는 듯하다” “사기 확신이 들어 환불 신청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인 상장을 명분으로 하고 다른 코인으로 대체하는 다단계 코인”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LCMS 안내 사이트와 정보 공유 채팅방은 모두 폐쇄된 상태다.

ⓒ시사저널 자료사진
안부수 아태협 회장(가운데)과 LCM싸이언스 회장 A씨(오른쪽)가 2020년 4월7일 경기도 화성 LCM싸이언스 공장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협약식’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자료사진

‘스왑 코인’ 폭락 뒤 발행사 L사는 “손실 책임 없다”

L사는 퇴로를 열어 놓았다. 시사저널은 LCMS 백서의 초기 버전과 2022년 말 개정된 최신 버전을 입수해 비교해 봤다. 최신 버전에는 초기 버전에 없던 ‘면책 조항’이 추가됐다. 여기에는 “본 백서와 관련된 모든 경우에서 귀하의 어떤 종류의 손실에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피해 구제를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격 폭락 이후 L사는 해킹을 당했다며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 개발업체 대표는 “내부자 또는 개발 외주사가 시세차익을 챙기고 거짓 신고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단계 코인 업체들의 전형적인 스캠(사기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해킹이 사실이라 해도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그중 하나는 L사의 사업모델이다. L사는 2021년 3월 계열사 E사를 전남 나주에 설립했다. E사의 사업 목적은 이차전지 제조다. 화장품을 만드는 L사와 전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E사는 설립된 지 2개월 만에 전남·나주시와 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차전지 제조공장 건립을 위해서다.

전남도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기존에 E사가 이차전지 분야에서 성과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자금 조달 능력과 사업계획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투자협약 1단계인 배터리팩 제조공장 설립은 마무리됐다. 지금은 2단계인 배터리셀 제조공장 설립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L사의 설립자인 회장 A씨의 이력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달린다. A씨는 자신에 대해 ‘FDA 국제과학연구소 한국지부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국인 FDA는 국내에 ‘국제과학연구소’라는 기관을 두고 있지 않다. 공식 사이트에 의하면 FDA는 유럽, 중국, 인도, 남미 등 4개 대륙에서만 국제활동사무소(OGO)를 운영하고 있다. 대신 A씨는 2010년대 초반에 언론 등에서 ‘FDA 등록 검사기관 한국지부장’으로 거론된 바 있다. 정확히는 FDA 산하 기관장이 아니라 FDA 승인을 받고 제품 검사를 하는 외부 기관의 대표인 것이다.

ⓒ경기도청
2018년 11월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그 뒤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서 있다. ⓒ경기도청

L사 사업·출신 의혹…설립 2개월 만에 2000억 유치?

그렇다면 왜 L사는 사업 측면에서 공통점이 없는 아태협과 손을 잡았을까. A씨는 2020년 4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철도 건설사업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아태협과 손잡고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태협과 암호화폐 교류 협약을 체결한 배경에 대해선 “북한과의 원활한 철도 건설사업을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향후 북한 철도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 교두보로 아태협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A씨는 철도 사업과 관련해 “경기도에서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L사는 아태협을 통해 이재명 대표와 북한과도 연이 닿았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2018년 11월 경기도와 아태협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제1회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 대표와 함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5명이 참석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와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구속 기소)도 동석했다. 이날 행사는 경기도와 쌍방울이 공식적으로 인연을 맺은 첫 단계로 알려져 있다. 이 행사에 후원사로 참여한 곳이 바로 L사와 쌍방울이다.

L사 회장 A씨는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북 사업 추진을 위해 아태협과 MOU를 맺긴 했지만 실제 진행된 건 하나도 없다”며 “이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아태협 공동 주최 행사에 후원사로 참여한 사실에 대해선 “아태협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돈을 후원한 것도 아니고 우리 회사의 제품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했다. ‘경기도 500억원 투자유치’ 발언에 대해선 말을 바꿨다. A씨는 “전달이 잘못된 것”이라며 “아태협에서 추모공원 건립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경기도 관계자는 “아태협의 추모공원 건립도, 500억원 투자 계획도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A씨는 암호화폐 사업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LCMS로 우리도 피해만 봤다”며 “지금도 경찰에서 해킹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했다. 이어 “(투자자가) 보유한 LCMS를 주식으로 전환해 주고 일부 현금 보상도 해줬다”고 주장했다. L사는 캐나다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또 자신의 이력에 관해 A씨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 쓰였다”면서도 “화장품과 이차전지 분야 기술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APP427을 발행한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경기도와 쌍방울로부터 받은 보조금·기부금 중 13억원을 빼돌려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50만 달러를 불법으로 북한에 넘겼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역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재명 대표 측 관계자는 “‘이재명 대북 코인’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LCMS도 완전 처음 듣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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