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 역효과? ‘非尹 돌풍’에 긴장하는 용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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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계 4인 전원 본경선 진출…이용·이만희 등 친윤계 탈락
수도권 표심 변수…당대표 과반 득표자 없으면 ‘결선투표’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3·8 전당대회 본경선에 진출할 4명의 당대표 후보자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예고된 결과였다.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의 순위 그대로 본경선 진출자가 확정됐다.

관심을 모은 것은 이른바 비윤석열계 주자들의 ‘전원 합격’이다. 친이준석계 4인방(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이 모두 본경선에 진출하면서 친윤계와 비윤계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선 ‘김기현 지도부’를 원하는 용산 대통령실이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 나온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하람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 대표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하람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 대표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친윤 3인방’ 아웃…본경선 오른 ‘비윤 4인방’

유흥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무작위로 추출된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제3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 결과를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본경선에 진출할 4명의 당대표 후보자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확정됐다. 윤상현·조경태 후보는 최종 탈락했다.

총 13명의 최고위원 후보자 중에서는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등 8명이 본선 진출자로 확정됐다. 총 11명의 후보자가 경쟁을 벌였던 청년 최고위원에는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까지 4명이 본경선행을 확정 지었다.

친윤계로선 달갑지 않은 결과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중·이만희·이용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비윤계 4인방(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은 모두 본경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비윤계에선 이를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란’의 역풍으로 해석하는 모양새다.

천하람 후보는 예비경선 결과에 대해 “더이상 당이 퇴행하지 말라는 당원들의 절박한 호소”라며 “‘구태와의 결별’이 총선승리의 필승전략이다. 기필코 양강을 뛰어넘어 국민의힘을 환골탈태 시키는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친윤 마케팅이 과열되고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오히려 윤 대통령과 김기현 의원이 포위되는 형국”이라면서 “대통령이 과도한 자신감으로 과속을 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과 국민의힘 당원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千風’ 불까…증가한 수도권 표심 변수

다만 ‘비윤 돌풍’이 본경선까지 이어질 지는 확언할 없다. 당 지도부를 친윤계가 장악한 상황에서 비윤 주자 대부분이 원외 주자다. 세(勢) 싸움에서 비윤계가 불리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기현으로는 안 된다’는 지지층 절반의 표만 천하람 후보가 가져오더라도 본경선에서 선전할 수 있다”며 “다만 ‘윤심’은 여당 전당대회의 결정적 변수다. 당선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비윤계에선 ‘천풍’을 넘어 비윤 주자의 ‘전원 당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차기 지도부를 ‘당대표 천하람, 일반 최고위원 김용태‧허은아, 청년 최고위원 이기인’ 체제로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다.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그러나 최고위원 후보 중 절반 이상만 당선돼도 친윤계 견제가 가능해질 것이란 게 여권 내 시각이다.

친윤 지도부를 원하는 용산 대통령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주변에 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을 돌파하려면 당정일체는 필수 과업”이라며 “정권을 창출한 지 이제 2년차다. 대통령과 뜻이 다른 지도부가 들어오면 총선은 필패”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선거인단과 ‘보수텃밭’인 영남권 선거인단의 비중이 비슷해졌다는 것도 변수다.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약 84만 명 규모의 선거인단 명부를 확정했는데,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선거인단이 전체의 37.79%다. 대구·경북(TK)이 21.03%, 부산·울산·경남(PK)이 18.64%로 뒤를 이었다. 영남권 선거인단 비율이 39.67%인 셈이다. 수도권과 차이는 1.88%p로 근소한 편이다.

이런 지역별 비중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선됐던 2021년 6.11 전당대회 때와 비교된다. 당시 수도권 선거인단 비중은 32.3%로 현재보다 다소 적었던 반면 TK는 28.0%, PK는 23.3%였다. 과반인 영남권 선거인단과 수도권의 격차는 19.0%p가량 됐다.

한편, 본경선 진출 후보들은 이날 오후 2시 공정‧투명한 경쟁을 약속하는 ‘더 나은 미래 서약식’을 갖고, 이후 오는 13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권역별 후보 합동연설회를 한다. 방송 토론회는 4번 계획됐다. 본경선은 다음달 8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9일 1‧2위 후보 간 양자 토론회와 10~11일 결선투표를 거쳐 12일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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