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휴일 난데없는 단수에 ‘대혼란’…어설픈 상수도행정에 분통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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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덕남정수장 밸브 고장, 광주 4개 구 5만세대, 20만명 단수 피해
“물 아껴 쓰자”던 광주시 호소…다량 수돗물 도로에 ‘콸콸’ 쏟아 무색
“밸브가 안 열리다니…”…후진적 사고 원인·늦장 안내에 시민들 ‘분통’

휴일인 12일 당국의 난데없는 단수조치에 광주가 대혼란을 겪었다. 매일 광주지역에 수돗물 26만여톤을 정수·공급하는 남구 덕남정수장 유출밸브가 고장 나는 바람에 광주 서구·남구 전역과 북구와 광산구 일부 지역 등 4개 구에 걸쳐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다. 갑작스런 단수로 5만여세대, 20만명의 시민들은 공급이 재개되기까지 11시간 30분 동안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수돗물이 홍수가 난 것처럼 도로 등으로 넘쳐 쏟아져 수개월째 단수 운운하며 극심한 가뭄 극복위해 물을 절약하자던 광주시의 호소가 무색하게 됐다. 특히 사고의 주원인이 정수장 유출밸브 등 시설 노후화와 시설점검 미흡 등으로 추정되면서 시민들은 광주시의 어설픈 상수도 행정에 분통을 터트렸다. 

휴일인 12일 광주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 정수지에서 유출밸브의 고장으로 수돗물이 도로로 흘러내리고 있다. 이 사고로 광주 서구·남구 전역과 북구와 광산구 일부 지역 등 4개 구에 걸쳐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다. 갑작스런 단수로 20만명의 시민들은 11시간 30분 동안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연합뉴스
휴일인 12일 광주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 정수지에서 유출밸브의 고장으로 수돗물이 도로로 흘러내리고 있다. 이 사고로 광주 서구·남구 전역과 북구와 광산구 일부 지역 등 4개 구에 걸쳐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다. 갑작스런 단수로 20만명의 시민들은 11시간 30분 동안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연합뉴스

30년 된 덕남정수장 밸브 고장에…정수지 넘치고 배수지 물 부족

13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대규모 단수 사태는 전날(12일) 새벽 3시 30분께 광주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유출 밸브가 열리지 않아 정수지에는 물이 넘치고 배수지는 물이 부족하면서 시작됐다. 전자동으로 밸브를 여닫는 통신 장치에 문제가 생겨 복구하는 과정에서 밸브가 닫혔다는 게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측의 설명이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오전 6시께 덕남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정수지 유출 밸브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통신 장치를 복구한 이후에도 밸브가 열리지 않자 수동으로 열어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물이 빠져나가지 못한 정수지에는 물이 넘치고 배수지는 물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물이 넘친 정수장 여과지에서는 수질측정용 펌프의 전압을 낮춰주는 장치가 침수로 합선되면서 연기가 발생, 직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전남 주암호와 동복호 취수장에서 공급된 물은 약품 처리 등 과정을 거쳐 정수지에 모였다가 배수지를 통해 각 가정으로 보내지는데, 이날 덕남정수지에서 배수지로 물을 보내는 밸브가 열리지 않으면서 물이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광주시는 분석하고 있다.


사고원인 시설노후화·점검미흡 추정에…시민들 ‘아연’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단수 조치 없이 복구를 시도하려다 실패했다. 결국 상수도사업본부는 긴급 대책으로 이날 오후 1시부터 덕남정수지로부터 물을 공급받지 못한 배수지 수위 저하에 따라 광주 서·남구, 광산구·북구 일부 등 4개 지역을 단수 조치하고 복구작업에 나섰다. 반면 배수지로 물을 보내지 못한 덕남정수장 주변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수돗물이 넘쳐흐르면서, 인근 도로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가뭄으로 극심한 물 부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상당량의 식수가 버려진 셈이다.

물이 넘치는 것을 막으려면 취수장에서 정수장으로 들어오는 양을 줄여야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유입량을 줄이면 전남 승주 주암호 도수관로에 무리를 줘, 관로가 터질 수 있는 탓에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당초 26만톤이었던 착수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오전 10시 40분 기준 9.4만톤으로 감산 조치했다.

광주시는 일단 이날 사고 원인으로 30년 가까이 된 시설 노후화 등으로 추정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새벽 3시 30분께 전자동으로 밸브를 여닫는 통신망에 이상이 생겨 복구 작업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메인 밸브가 닫힌 뒤 열리지 않았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이후 수동으로 밸브를 열어보려 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배수지 수위 저하에 따라 단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오전 11시 42분께 시민에게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고 단수를 예고했다.

이후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일단 밸브를 여닫는 장치인 ‘기어 박스(Gear Box)를 철거하는 임시조치를 통해 배수지에 우선 물이 공급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날 오후 6시30분 복구를 완료했다. 대부분 정수지에서 공급된 물이 배수지를 거쳐 각 가정까지 도달하려면 5~6시간 가량 시간이 걸려 자정께 정상공급이 이뤄졌다. 일부 배수지에 물이 차는 속도가 늦어 남구 행암동과 효천지구 등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다소 지연됐다. 최종적으로 13일 오전 4시께 행암동과 효천지구를 마지막으로 광주 전역에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광주천변을 중심으로 한 광주시내 전경 ⓒ광주시
광주천변을 중심으로 한 광주시내 전경 ⓒ광주시

외출자제·예약취소…단수 11시간 30분만에 공급 재개

갑작스러운 단수 소식에 시민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서구·남구·광산구 대부분과 북구 일부 지역의 시민이 불편을 겪고 병원 등 의료기관도 비상 대응에 돌입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욕조, 싱크대, 냄비 등에 물을 받아놓고 인근 마트에서 생수를 대량 주문하는가 하면 물을 받기 위해 외출을 포기하거나 외출 중에 급히 귀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나마 대형 물탱크가 있는 아파트 단지 등은 이미 저장된 물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단독주택 등은 단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흙탕물이 나오기 시작해 큰 불편을 겪었다. 유명 커피숍은 오후 1시 이후 주문 중단을 고객에게 안내했으며 식당, 미용실 등에서는 정상적으로 이용이 가능한지 물으며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빗발쳤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주민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시민들은 당국의 늑장 안내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광주시가 단수 예정 시간을 1시간여 앞둔 오전 11시 42분에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면서다. 정수장 밸브 이상이 확인된 시각이 오전 6시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 발생을 쉬쉬하다가 손쓸 수 없을 상황이 되고 나서야 전파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또 시는 당초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3개 구에 대한 단수 사실을 알렸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북구 첨단 1·2 지구도 단수 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는 단수를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제외됐던 북구 지역도 흐린 물 유입에 대비하라고 알렸다.

이날 단수 조치된 해당 지역 인구수는 100만명에 달하지만, 실제로 수돗물이 끊긴 곳은 5만5000여 가구 20만명 가량으로 광주시는 집계했다. 배수지 18개 가운데 3곳만 물을 공급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동구 용연정수장에서 대체했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또 아파트의 경우 옥상 물탱크에 저장된 물을 정상 공급해 주로 단독주택이나 상가의 수돗물이 단수됐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덕남정수장을 대신해 용연정수장을 최대로 가동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며 “실제 단수 구역은 119개 블록(구역) 중 11개 블록으로 5만여 세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1994년과 1996년 1, 2차에 걸쳐 구축된 덕남정수장은 정수시설 부지면적만 18만 1200㎡ 규모이며, 일 생산규모는 44만 톤으로 광주지역 서구·남구, 북구와 광산구 일부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반면 광주 동구와 북구, 광산구 일부지역은 덕남정수장이 아닌 용연정수장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탓에 단수 피해를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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