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퍼즐’ 맞춰지나…김성태 ‘금고지기’에 쏠리는 눈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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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맨’ 김씨, 영장실질심사 출석 포기…“성실하게 조사받겠다”
대북송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의 금고지기이자 매제인 쌍방울 그룹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가 해외 도피 9개월 만인 1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송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의 금고지기이자 매제인 쌍방울 그룹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아무개씨가 해외 도피 9개월 만인 지난 1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김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대북 송금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쌍방울그룹 관련 모든 의혹의 '스모킹건'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씨가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상당한 수사 진척이 예상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전날 대북송금을 위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위반, 회사 자금 횡령, 비상장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등 배임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김씨는 입국 직후 압송돼 이틀 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후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남은 수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씨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법원은 심문 없이 관련 기록 등을 검토한 뒤 이날 늦은 오후 또는 14일 새벽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취지로 검찰에 영장실질심사 참석 포기서를 제출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일정한 사유가 있어 피의자가 불출석하는 경우 법원은 심문 절차를 진행해 변호인과 검사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김씨와 검찰 양측 모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열리지 않는다. 

검찰은 김씨를 통해 대북 송금 의혹의 자금 경로를 파악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의 매제인 김씨는 그룹 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재경총괄본부장을 지낸 인물로, 쌍방울그룹 각종 의혹과 관련해 '키맨'으로 꼽힌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이 경기도를 대신에 북한에 건넸다는 800만 달러의 자금 일부를 김 전 회장이 세운 페이퍼컴퍼니(SPC) 두 곳에서 조달하는 실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이 있는 전환사채(CB) 발행 전반을 실행에 옮긴 인물이기도 하다.  

김씨의 진술은 대북 송금 의혹의 결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4월 북한 측 인사에 전달된 8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주기로 했다는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를 대신 내준 것이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경비를 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마련한 구체적인 경위는 김씨가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김씨를 통해 자금 마련 경위와 목적,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김 전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김씨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수사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김씨는 지난해 검찰의 쌍방울 수사가 본격화하자 해외로 출국해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지난해 12월 초 태국에서 체포됐다. 이후 현지에서 송환거부소송을 벌이던 중 벌금 4000밧(약 15만원)을 선고받은 뒤 돌연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다. 그가 귀국한 배경에 김 전 회장의 심경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김 전 회장의 의중에 따라 수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김 전 회장이 최근 쌍방울그룹 관련 각종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이 대표 측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씨가 체포돼 귀국한 것 또한 수사 진척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체포 당시 박씨가 소지하고 있던 6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휴대전화 중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특히 이 중 1대는 한국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휴대전화를 분석해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은 물론 대북 송금 의혹의 증거를 확보할 방침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몇 차례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2019년 당시 사용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오는 15일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소환해 조사한다.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는 대북 송금 과정에 이 전 부지사가 협의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최근 옥중 입장문을 통해 김 전 회장과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과 관련해 자신과 이 대표, 경기도에 대한 보도는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1월 중국에서 김 전 회장과 북한 고위 인사를 만나 함께 식사한 적이 있는 그는 "대북송금이 이뤄진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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