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북비, 경기도와 사전상의”…공소장에 드러난 ‘쌍방울 의혹’ 전말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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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592억원 횡령·배임 적시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돈을 송금한 구체적인 경위가 담긴 공소장이 공개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 전 경기도 측과 상의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그가 조성한 비자금 592억원 중 일부가 북한에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비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검찰이 추가로 밝혀야할 숙제다. 

법무부가 최근 기동민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를 총 592억원으로 적시했다. 김 전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와 북한에 800만 달러(약 98억원)가량을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을 받는다.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이 2019~2020년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한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자신의 매제인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아무개씨 등과 함께 임직원 명의로 만든 페이퍼컴퍼니(SPC) 5곳에서 538억원 상당을 빼돌렸다고 적시했다. 김 전 회장 등은 주로 이들 회사가 업무상 보유 중이던 자금을 대표이사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한 뒤 출처를 알 수 없도록 수차례 수표로 교환하거나 현금화한 뒤 여러 계좌를 거쳐 다른 법인에 송금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김 전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빼돌린 돈을 개인 채무 변제금이나 주식 거래대금, 유흥비 등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회사 등 명의의 채무변제 및 고리 이자대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그밖에도 김 전 회장은 페이퍼컴퍼니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하며 광림에 11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쌍방울그룹 계열사 4곳에 지인 10명을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 등 명목으로 13억원을 빼돌리는 등 43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비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공소장에 담기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비자금 중 일부를 대북 송금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전날 구속된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씨 등을 통해 용처를 확인해갈 방침이다.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김씨가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출석함에 따라, 김씨를 포함한 김 전 회장 측 피의자들이 검찰 조사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이 비자금 일부를 경기도를 대신해 북측에 밀반출하기 전에 경기도 측과 사전 협의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이 경기도의 북측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하는 등 총 800만 달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적혔다.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석한 북한측 인사들이 "경기도가 계속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요청하는데 성사하려면 3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김 전 회장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경기도 관계자들과 대납 방안을 상의한 후 실행에 옮겼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또 김 전 회장이 경기도의 북측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대납하기 전 이 전 부지사 측의 요청이 먼저 있었다고 봤다. 

공소장에 이 대표가 공범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대표 측과의 상의 후 북한에 돈을 전달했다고 보고, 이 대표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앞서 "검찰의 소설"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또 외국환거래법 위반 공소장에 '경기도 관계자'라는 표현을 두 차례 쓰면서, 추가 공범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앞서 "검찰의 소설"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부지사 또한 "경기도를 위해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보낼 이유가 없다"며 "완전한 허구"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대북 송금 비용을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대여한 뒤 변제했고, 빌린 돈은 업무 목적으로만 사용했다며 이런 혐의 중 일부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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