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유보한 정의당, ‘밀당’ 노림수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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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 여사 소환조사와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이 먼저”
‘민주당 2중대’ 꼬리표 떼기 관측에 “총선 존재감 키우려” 전망도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 추진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벌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쌍특검(대장동+김건희)’에 드라이브를 걸자,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만 검찰 수사에 따라 민주당의 ‘특검 메이트’로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썼던 정의당이 이번 특검 정국에선 민주당과 거리를 두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여사 혐의가 무죄로 판명될 시 역풍을 우려해서다. 동시에 차기 총선을 겨냥해 특검 정국의 ‘캐스팅 보터’로서 존재감을 키우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를 예방,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4일 오전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를 예방,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설득에도 ‘제3의 길’ 택한 정의당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과 ‘대장동 특검’의 필요성에 대해선 민주당과 의견이 같다. 다만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의 경우 검찰 조사부터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3일 상무위원회에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할 의도도 없으면 (그때 특검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일각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은 (국회 특검법 발의) 절차와 과정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김건희 특검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고 한다”며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청구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면 설명이 어렵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정의당은 대장동 특검 후보자 추천에서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까지 빠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특별검사를 양당이 추천한다는 것은 검찰의 의도적 무능을 다시 특검의 이름으로 되풀이하겠다는 말”이라며 “2명의 특검 후보자를 3당 정당의 합의로 추천하는 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향해 “정치적, 정략적 태도를 버리고 특검 논의에 책임 있게 나서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정의당의 선 긋기에 민주당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을 우회해 김건희 특검 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올리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구상하고 있다. 이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의 찬성이 필요한데, 169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서는 정의당(6석)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정의당의 당론을 바꾸기 위해 막후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방법은 아무리 곱씹어봐도 특검 외에는 답이 없다”며 “정의당이 이 문제와 관련해 (특검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월6일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월6일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총선 앞 민주당色 빼기?…“존재감 키울 기회”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민주당과 같은 길을 걷던 정의당이다. 그랬던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을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이 ‘활로(活路)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및 ‘제3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거대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극단의 정치 상황에서 정의당은 존재감이 없다”며 “이 상태로 가면 총선 때까지 정의당의 역할은 하나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의당 입장에서는 총선 국면에서 몸집을 키우기 위해선 ‘우리 색깔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의당이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정의당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합리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스스로도 주장했던 것”이라며 “이 지점에서 (민주당과) 차별화하고 (정의당만의) 원리·원칙을 내세우며 당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과거부터 이어져온 ‘민주당 2중대’ 꼬리표를 떼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당도 ‘특검 정국’을 계기로 언론과 국민의 주목도가 높아진 점에 대해선 긍정하는 분위기다. 정의당 공보실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고 (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민주당 2중대’ 비판을 의식해서 한 판단은 아니다”라며 “예를 들면 이상민 장관 탄핵안의 경우는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각 사안별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를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지 다른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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