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연기한 컬리·오아시스…동종업계 11번가, SSG닷컴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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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저조에 상장 철회
얼어붙은 투심에 시기 저울질
오아시스마켓 본사 ⓒ오아시스마켓
오아시스마켓 본사 ⓒ오아시스마켓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이 또 다시 미뤄졌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이 부진하면서 오아시스가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컬리는 상장 절차 연기를 결정한 바 있다. 이제 관심은 동종업계에 속한 11번가, SSG닷컴의 상장 여부다. 두 곳은 이미 상장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몰아친 투자 심리 한파에 추진 시기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가 지난 13일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낸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오아시스는 지난 7~8일 양일간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 밴드(3만500원~3만9500원)를 크게 밑도는 2만원대 안팎의 가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대했던 기업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에 오아시스 측은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며 “외형적 성장을 갖추고 향후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상장에 도전하던 컬리는 지난달 4일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 상장예비 심사부터 다시 청구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연이어 상장 과정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이제 시선은 11번가와 SSG닷컴에 쏠리고 있다. SSG닷컴과 11번가는 각각 2021년 10월과 지난해 8월 주관사 선정을 마친 바 있다. 두 기업은 기업공개(IPO)의 첫 발을 뗐지만 이후 진척 상황은 더딘 편이다.

시장에서는 두 곳이 대기업 자회사(신세계, SK)라는 점에서 빠르게 상장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대기업 계열사가 상장할 경우 IPO 사전 작업을 그룹사 측이 준비하기 때문에 증시 입성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두 회사는 현재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11번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단계에서 멈췄다. 지난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SSG닷컴은 올해로 시기를 미루며 추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SSG닷컴 네오003 물류센터 ⓒ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SSG닷컴 네오003 물류센터 ⓒ연합뉴스

사라진 코로나, 떨어진 기업가치…해법은 흑자 수익 모델

이들이 상장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데는 지난해부터 위축된 투자 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더구나 같은 이커머스 기업인 컬리와 오아시스의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점도 상장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이커머스 새벽배송 기업 중에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인 오아시스가 상장을 철회할 만큼 이커머스 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도 부담이다.

컬리는 2021년 12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4조원을 평가받았다. 당시 상장 후 기대되는 기업가치는 6조~7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 거론되는 컬리의 몸값은 1조원대에 불과하다. 오아시스 역시 상장 후 시가총액을 당초 계획한 9700억~1조2500억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낮춰야 공모 진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코로나와도 밀접하다. 코로나 종식이 다가오면서 오프라인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온라인 시장 매출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연간 매출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증감율은 △2020년 –3.6% △2021년 7.5% △2022년 8.9% 등으로 증가 추세다. 온라인의 경우 △2020년 18.4% △2021년 15.7% △2022년 9.5% 등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로 성장한 이커머스 업체가 상장 후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흑자 전환 수익모델을 제시해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증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실화하는 노력을 함께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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