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말한 김건희 팬카페, 천하람 홍보 글만 0건?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5 14: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영진 “천하람 캠프에서만 자료 개제 요청 안 들어와”
천하람 캠프 “고의적 누락…윤핵관 세력 개입 의심돼”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승코리아(건사랑 전신)’가 정작 천하람 후보 홍보글은 부실하게 올리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운영진이 김기현·안철수·황교안 후보의 홍보 동영상 등을 카페에 게시했지만, 정작 천 후보 관련 게시물은 공유하지 않으면서다. 이에 천 후보 측과 정치권 일각에선 팬카페 운영진이 당초 기조와 다르게 특정 후보를 차별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된다.

김건희 여사(왼쪽)과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 시사저널
김건희 여사(왼쪽)과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시사저널

중립 지킨다더니…金·安·黃 홍보물만

팬카페 운영진은 지난 1월13일 공지사항을 통해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새 대표 선출과 관련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며 운영진도 대외적으로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각 후보간 페어플레이로 전당대회가 축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운영진은 “서로 선호하는 당대표가 다르다보니 집안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반인에 불과한 저희까지 치열한 정치판에 몸소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심이 어떻다는 이야기 자체가 윤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각자 소신 있게 윤 대통령과 화합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만한 분을 마음속으로 생각하셨다가 조용히 전당대회에서 투표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이후 운영진은 카페 내 당권주자(김기현·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 홍보 게시판을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 6일부터 주자들의 프로필과 소개영상, 공약, 비전 등을 공유했다. 각 후보 당 5~6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천하람 후보와 관련한 운영진의 게시물은 15일까지 한 건도 공유되지 않았다.

회원들이 올리는 일반 게시물 건수도 후보별로 큰 차이가 났다. 전당대회 릴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월부터 이날까지 올라온 게시물 중 김기현 후보 관련 게시물은 약 300건, 안철수 후보는 약 180건에 달했다. 반면 황교안 후보는 22개, 천하람 후보는 17개에 그쳤다. 카페 회원들이 김 여사의 지지층인 만큼 친윤석열계 후보에게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이승환 ‘건승코리아’ 팬카페 대표는 “각 후보들의 캠프에서 카페 운영진에게 요청을 해서 자료를 올리는 시스템”이라며 “천 후보 측 캠프에선 자료가 없는지 우리에게 별도로 자료 요청이 들어온 것이 없다. 그래서 천 후보 게시물을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건희 여사 팬카페인 건승코리아 홈페이지 캡처본이다. 오른쪽 상단처럼 운영진은 지난 1월15일 전당대회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다른 후보들의 코너에만 운영진 게시물이 올라와 있고, 천하람 후보 코너에는 게시물이 한 건도 올라와 있지 않다. ⓒ건승코리아 홈페이지 캡처본
김건희 여사 팬카페인 건승코리아 홈페이지 캡처본이다. 오른쪽 상단 사진처럼 운영진은 지난 1월15일 전당대회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다른 후보들의 코너에만 운영진 게시물이 올라와 있고, 천하람 후보 코너에는 게시물이 한 건도 올라와 있지 않다. ⓒ건승코리아 홈페이지 캡처본

천하람 측 “프로필 누락, 악의적 행태”

그러나 천 후보 측은 김 여사 팬카페가 고의적으로 프로필을 누락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천 후보는 쟁쟁한 후보들 중 당당히 컷오프를 통과해 검증받은 후보”라며 “프로필을 누락시킨 것은 악의, 고의적인 행태”라고 일갈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지지를 표명하는 팬클럽인 만큼 비중 있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세력의 개입이 의심된다”며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선 김 여사 팬카페가 친윤계 주자에게 더 큰 지지를 몰아주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팬클럽은 정당 조직이 아니기에 완전한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전당대회에 ‘윤심’ 개입 논란이 불거진만큼 김 여사 팬카페가 보다 공정한 홍보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여사의 영부인 지위를 감안한다면 정치적 오해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특히 전당대회가 ‘친윤-반윤’ 구도로 흘러가는 등 극도로 예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영부인 팬카페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민감한데, 여기에 전당대회 후보들의 활동 근황을 차별적으로 올리는 것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