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16일…헌정사에 처음 새겨질 ‘제1야당 대표 영장 청구’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07:0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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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4895억원 배임·133억원 뇌물 등 혐의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그 내용과 향방은?

“헌정 사상 최초.”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윤석열 정부 들어 숱하게 쓰이고 있는 수식어다. 특히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 수식어는 이번 주에도 언론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2월1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제1야당 대표에게 영장을 내미는 건 헌정사에 전례 없던 일이다. 그만큼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겨냥하는 이 대표의 범죄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이다. 대장동·위례 사건의 경우 이 대표가 해당 지역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 선정에 개입하고 수익을 몰아줌으로써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은 민간업자의 이득을 성남시의 손해로 보고 특정범죄가중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배임 액수는 4895억원이다. 이는 2021년 11월 검찰이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을 기소할 때 산정한 배임액 1827억원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그 외에 부패방지법 위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도 걸려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영장 핵심은 “민간업자에 특혜 줬다”

성남FC 사건의 쟁점은 이 대표가 두산건설, 네이버 등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33억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 등의 편의를 봐줬느냐는 부분이다. 검찰은 후원금을 제3자(성남FC)에게 공여한 뇌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또 성남FC가 네이버로부터 금전을 받을 때 기부단체를 끼워넣어 뇌물을 기부금으로 둔갑시킨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적용됐다.

대장동·위례 사건과 성남FC 사건은 검찰이 나눠서 수사하고 있다. 전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와 3부(강백신 부장검사)가, 후자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성남지청은 1월10일 이 대표를 소환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도 1월28일과 2월10일 각각 이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세 차례 소환조사를 했음에도 유의미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이 대표가 세 차례 모두 미리 준비한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며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소환조사의 유효성과 상관없이 검찰과 이 대표는 서로 명분을 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이 대표는 진술서만 보낸 게 아니라 직접 검찰청에 출두함으로써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검찰은 잇따른 소환 요청으로 충분히 소명 기회를 줬다는 정당성을 얻었다. 명분을 다진 검찰은 추가 소환을 고려하지 않고 구속영장 작성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예상된 답변을 되풀이함에 따라 검찰은 당초 적시하려 했던 혐의의 세부 사항을 크게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현직 국회의원이라 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 없다. 현행 국회법에는 “회기 중인 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기 위해 국회 동의를 얻으려고 할 때는 관할 법원 판사가 영장 발부 전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국회 동의를 요청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바탕으로 법원이 체포동의요구서를 작성하는 게 우선이다. 이는 정부의 수리를 거쳐 ‘체포동의안’이란 이름으로 국회에 상정된다. 이후 처음 열리는 국회 본회의 때 무기명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 과반수 찬성표를 받으면 영장이 발부된다. 부결될 경우 영장은 곧바로 기각된다. 현재 상황으로는 2월24일 본회의 때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28일 표결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2월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가 중앙지검 3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2월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가 중앙지검 3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관전 포인트는 한동훈 연설 vs 이재명 발언

표결일에 주목이 예상되는 부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연설이다.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 정부의 대표자인 법무부 장관이 먼저 국회 연단에 올라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한다. 21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총 4번의 체포동의안이 발의됐다. 그 대상은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 정정순·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 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이다.

노웅래 의원을 제외한 3명의 경우 추미애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연설을 했다. 연설 시간은 모두 1분 안팎으로 짧았다. 체포동의안에는 영장의 핵심 사항이 첨부돼 있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현장에서 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굳이 장관이 길게 나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동훈 장관은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발의 이유를 설명할 때 5분 이상을 할애했다.

당시 한 장관은 범죄사실의 요지뿐만 아니라 구속의 정당성과 범죄 증거를 상세히 읊었다.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 노 의원에 대해 “목소리와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돼 있다”며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 따라 구속영장내용은 원칙상 공개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 장관은 비교적 긴 연설을 통해 영장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이 반발하자 법무부는 “표결 전 근거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제93조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주장했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한 장관이 어떤 연설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맞서는 이 대표의 신상발언 역시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신상에 문제가 생긴 의원은 요청에 따라 본회의에서 5분 이하로 신상발언을 할 수 있다. 영장이 청구되자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해 “전대미문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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