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3월 기소 수순?…檢, 구속영장 다음 시나리오는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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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청구서 150쪽 ‘4895억 배임·133억 뇌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 청사로 들어가며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 청사로 들어가며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두 사건을 묶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50쪽에 이르는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4895억원의 배임 혐의와 133억원의 뇌물 혐의가 적시됐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려면 국회 체포동의안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결국 검찰이 다음 달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배임 및 뇌물, 이해충돌방지법, 옛 부패방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대장동 의혹 수사가 시작된 지 1년5개월 만이다. 

이 대표가 대장동 비리의 '몸통'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대장동 일당'이 2014년부터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유착해 성남시와 공사 내부 비밀정보를 빼돌려 7886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이 대표가 '제1공단 공원화' 공약 실현을 위해 민간업자들에게 용적률 상향, 서판교 터널 개통,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의 특혜를 몰아줬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의 셈법은 전혀 달라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공사가 받을 수 있었던 적정 배당이익을 6725억원으로 책정하고 실제로 받은 1830억원을 뺀 나머지를 배임 규모로 산정했다. 이에 반해 이 대표는 시민 몫으로 환수한 금액이 5503억원이라고 주장한다. 확정이익 1830억원에 신흥동 제1공단 공원화 비용 2561억원, 서판교 터널 개통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 1120억원 등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됐다.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가 성남FC 이사장을 지내며,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사에서 민원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133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2013년 12월 성남FC 전신인 성남일화를 인수한 성남시는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대표가 축구단 운영과 관련한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기업들을 접촉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혐의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성남FC) 광고 계약은 성남시 행정과 관계없는 구단 임직원들의 영업활동 성과이고, 구단의 광고 영업에 관여한 바 없다. 구단 운영이나 광고비와 관련해 단 한 푼의 사적이익도 취한 바 없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앞선 3차례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만 제출한 이 대표는 검찰 조사 단계가 아닌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다툴 계획이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이 대표가 측근을 통해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어 구속영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직 국회의원인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관할법원 판사는 영장 발부 전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한다. 국회는 체포동의안이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한다.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동의안이 가결되면,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과반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반발을 고려할 때 체포동의안이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1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경로당에 난방비 지원 현장방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1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경로당에 난방비 지원 현장방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법원은 영장 청구 기각 수순을 밟는다. 사실상 기소 방침을 정한 검찰은 다음 달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체포동의안이 국회 제출까지 걸리는 통상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본회의 보고는 오는 24일, 국회 표결 시점은 오는 26일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후 검찰의 공소장 정리 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3월 중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돼 법원의 영장심사를 받게될 경우에도 영장 발부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와 범죄혐의 소명 등이 입증돼야 구속영장이 발부되는데, 법원이 도주 우려가 없고 증거 확보가 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2년 현영희 당시 무소속 의원이 공천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국회 체포동의안이 통과됐지만, 법원이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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