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정국 키 쥔 정의당 “‘이재명 방탄 의도’ 없다는 진정성 필요”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15:0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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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검찰 수사에 대장동-김건희 ‘쌍특검’으로 맞불 놓은 민주당…“‘방탄’ 안 돼” 정의당 반대에 좌초 위기

‘대장동-김건희 의혹 쌍(雙)특검’이 최근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가담 의혹 모두를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특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나오면서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원 뇌물수수 혐의 무죄 판단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판단 등 최근 나온 두 의혹과 관련된 법원 판결과 검찰 부실수사 논란 등이 명분이 됐다.

민주당은 “더 이상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며 쌍특검 추진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내비치는 상황이다. 법조계와 일반 여론에서도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쌍특검이 ‘이재명 대표 방탄용 특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지적이 같은 야권인 정의당 등으로부터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이 여당의 반대를 뛰어넘어 쌍특검을 추진하기 위해선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대장동 의혹과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특검법을 발의해 놓은 건 이미 지난해였다. 그러나 최근 나온 관련 사건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들이 민주당의 쌍특검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먼저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일당들로부터 아들의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2월8일 1심 재판부가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아들 곽병채씨가 받은 금액이 ‘이례적으로 과하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이를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곽씨가 받은 돈이 곽 전 의원에게 전달된 돈이며 그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부실한 수사가 무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법원의 판단과 검찰 수사를 향해 미흡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으며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운데) 등 정의당 지도부가 2월13일 국회 본청 앞에서 대장동 관련 ‘50억 클럽’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주가 조작 판결에서 金 여사 계좌 사용 인정

서울중앙지법은 2월10일 수입차 업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 1심 판결에서 대부분 유죄 판단을 내렸다. 김 여사는 이 사건에 전주(錢主)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지만, 애초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이번 판결에서 핵심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이 선고되는 등 법원은 실제로 주가 조작이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특히 법원 판결문엔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해 주목됐다. 시사저널이 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본문에만 김 여사가 모두 37차례 등장했다. 법원은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 조작 거래에 사용됐다고 적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여사의 계좌는 유죄로 인정된 102건의 주가 조작 거래 중 48건에 사용됐다. 판결문엔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의 이름도 27차례 등장했다. 법원은 최씨가 권 전 회장에게 차명계좌를 제공하거나, 권 전 회장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봤다.

대통령실은 판결문이 공개된 뒤 “‘매수를 유도’ 당하거나 ‘계좌가 활용’ 당했다고 해서, 주가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며 “판결문에서 주목할 것은 김 여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와 높은 빈도로 거래하고 고가 매수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직접 낸 내역이 있어 기소된 ‘큰손 투자자’ A씨의 경우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A씨와 김 여사가 같은 전주라도 거래 과정에서 주가 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주가 조작 주범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김 여사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김 여사에 대해선 제대로 된 조사를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고, 여전히 기소 여부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시사저널 임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 번째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尹 정권 선택적 법치 끝낼 수단은 오직 특검”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조정식 사무총장은 2월12일 쌍특검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곽 전 의원 관련 판결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판결을 거론하면서 “봐주기 수사와 판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있고, 대장동과 김 여사 수사를 더 이상 검찰에 맡겨선 안 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쌍특검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민주당이 쌍특검을 꺼내놓은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는 1~2월에 걸쳐 성남FC 대가성 후원금 의혹, 대장동 의혹 등과 관련해 세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2월10일 이 대표는 세 번째 소환조사를 받았고, 법조계에선 검찰이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이에 맞춰 민주당이 묵혀놨던 특검 카드를 다시 꺼내 쌍특검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즉 민주당의 쌍특검 전략은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해 보인다.

민주당도 이를 애써 부인하진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은 일련의 검찰 행태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왔던 법치주의의 역설을 보여준다고 보고, 이를 강하게 압박해 모순점을 지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증거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 연기와 같은 의혹을 갖고 이재명 대표를 수차례 소환해 없는 죄를 만들겠다는 검찰과 곽상도 전 의원, 김건희 여사만 봐주는 검찰만 봐도 윤석열 정부 법치의 검은 속내, 모순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도 2월15일 “대통령 가족과 검사 출신은 법 위에 군림하고 치외법권을 누린다는 불멸의 신성가족이란 지적이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선택적 법치주의와 편파적 이중잣대를 끝낼 유일한 수단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특검”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구체적인 계획은 지난해 발의했던 대장동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상임위 심사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바로 올려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두 특검법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69석이기에 모두가 찬성한다 해도 정의당(6석)을 비롯해 야권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쌍특검 추진은 벌써부터 암초에 부닥친 모습이다. 정의당이 쌍특검 협조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장 큰 대목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두고서다. 정의당은 일단은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뒤에 특검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 추진이 ‘이재명 방탄’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2월1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조만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는 가운데, 정의당은 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던 만큼 당당히 나서서 영장 심사를 받으라는 의미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월18일 해외 순방차 방문한 스위스에서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특검 추진 가능성, 여전히 열려 있어

정의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지점에 대해선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검찰에도 확실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특검을 실시하는 게 더 실효적인 방법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면서 “특히 이 대표가 구속 가능성 등 여러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도하는 특검은 방탄이라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고, 오히려 특검의 필요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 신중하고도 진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의당은 대장동 특검에 대해선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에서 민주당과의 차이도 발견된다. 지난해 민주당이 발의한 대장동 특검의 대상에는 검사 시절 윤 대통령 연루 의혹이 제기된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 등까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50억 클럽’ 등으로 범위를 한정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제대로 된 특검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이유다. 아울러 정의당은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 인사들이 50억 클럽 등 대장동 의혹에 모두 연루돼 있기 때문에 특검 추천도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들이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쌍특검 추진 가능성은 닫히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우선 정의당은 2월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쌍특검을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선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다만 추후 상황에 따라 협상 여지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된 정의당 관계자는 “검찰의 (김건희 의혹) 수사 상황을 계속 지켜봐도 의지가 없다는 게 분명해질 경우, 또 특검에 이재명 대표 방탄 의도가 없다는 진정성이 확인되면 정의당도 특검을 추진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정의당을 계속 설득할 생각이고, 세부적으로 의견차가 있는 부분도 조정해 뜻을 맞춰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지나면 동력은 없어진다”며 “특검을 추진한다고 해서 ‘이재명 방탄’이 되겠나. 과도한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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