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통신사” “챌린저은행” 과점 깨려는 정부…‘메기효과’는 미지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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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은행·통신 과점 해소하고 경쟁 촉진 특단 마련”
은행 라이선스 대거 발급? 인터넷은행 효과 크지 않아
막대한 마케팅 비용에 대기업들, 이통사 진출 주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연일 금융권과 통신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두 업계에 대해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경쟁 체제를 도입해 구조 개편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워낙 진입장벽이 높은 업계 특성상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금융과 통신은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모든 대안을 열어두고 은행·통신 시장의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는 정부 인허가를 통해 과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공공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반영돼 있다. 통신 산업의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돼 있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두 업계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는 3년간 10조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동통신3사는 “3월 한 달 동안 가입자에게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긴급 대책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실제 은행 출연금은 7800억원 수준인데 보증 배수를 통해 지원 규모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신3사의 무료 데이터 제공도 정부가 요구하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보다 근본적으로 양 산업의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은행업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 대환대출과 예금 비교 추천 플랫폼 등으로 기존 은행권 내 경쟁을 유도하거나 금융과 아이티(IT) 산업 간 장벽을 낮춰 신규 경쟁자의 출현을 유도하는 방안을 예시로 거론했다. 통신 업계를 놓고선 제4이동통신사 등장을 유도하고 다양한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출시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당국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은행산업의 근본적 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당국이 눈여겨 보고 있는 모델은 영국판 인터넷전문은행인 ‘챌린저 은행’ 사례다. 챌린저은행은 플랫폼을 매개로 소매금융을 간소화하고 디지털화한 은행을 말한다.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클레이스, HSBC 등 4대 은행 과점 체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50여 개의 은행 라이선스를 신규 발급했다. 이에 따라 신규 진입한 챌린저 은행들은 4대 은행에 맞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제4인터넷은행 인가도 거론된다. 이에 제3인터넷은행 인가 당시 거론됐던 네이버와 키움의 도전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28기가헤르츠(㎓) 5세대(5G) 통신 주파수 대역의 800메가헤르츠(㎒)를 신규 사업자에게 싼값에 공급하기로 했다. 제4이동통신사 출범을 위한 지원책이다.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연합뉴스

미미한 메기효과에 높은 진입장벽 해소 급선무

주무부처에서 경쟁 체제 해소 방안을 꺼내들고 있지만 메기효과 여부에 대해선 미지수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중금리 대출) 확대를 취지로 설립된 인터넷은행의 경우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지만 기존 은행업의 관행을 답습하는 모습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새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에서 특혜 논란도 부각될 수 있다. 과거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 의결권 기준 최대 4%까지만으로 돼 있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34%까지 완화해 주는 ‘은산분리’로 재벌 특혜 논란이 극심했다.

‘제4이통사’ 탄생도 쉽지 않은 문제다. 정부는 ‘핫스폿’ 형태로 28㎓ 기지국을 세우고 나머지 지역에선 통신3사의 망을 빌려 쓸 경우 3000억원 정도면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반 시설 구축 이외에도 기존 가입자를 새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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