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기미가요’ 튼 日대사관…“尹정부 관계개선 의지 영향”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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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열린 일왕 생일 행사서 처음으로 日국가 연주
“대통령실 내려다보이는 곳서 일왕 생일파티” 비판
2월16일 오후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 축하연이 열리는 서울의 한 호텔에 출입금지 안내문과 경비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 연합뉴스
2월16일 오후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 축하연이 열리는 서울의 한 호텔에 출입금지 안내문과 경비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 연합뉴스

서울에서 열린 나루히토(德仁) 일왕 생일 기념행사에서 처음으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가 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고 분석했다. 

17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전날(16일) 서울 한남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 장에서는 기미가요가 흘러나왔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에서 일왕 생일 행사가 열렸지만, 기미가요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산케이는 서울 행사에서 기미가요가 재생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반일 감정 때문에 한국에서 국가를 트는 것을 피해왔는데,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대일 관계 개선을 지향하고 일본 정부도 훼손된 양국 관계를 벗어날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그동안 행사에서 기미가요를 틀지 않은 것에 대해 "참석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왔지만, 과도한 면도 있었다"며 "대사관 주최 행사에 국가 연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 속에서 한국 국가와 함께 기미가요를 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가사에는 '임의 치세는 천 대(代)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구절이 있다. 기미가요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가사 중 '임'이 '일왕'을 의미하며,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기원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일본 내에서도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한편, 한국에서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것은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2018년 12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나루히토 일왕이 2019년 5월 즉위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행사에는 정부 및 정치권을 포함해 여러 국내 인사들이 초청됐다. 정부에서는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도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된 호텔 앞에는 반일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왕 생일파티를 중단하라"며 "(호텔이 위치한) 남산 중턱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라며 행사 취지와 장소 모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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