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옥외 지진 대피소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
  • 박준형 인천본부 기자 (jun897@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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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청라·송도국제도시, 수용 공간 부족하고 접근성 떨어져

인천 일부 지역에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등 옥외 지진 대피소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튀르키예 강진으로 국내 지진 대비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치단체가 지진 대피에 형식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인천에 총 522곳의 지진 옥외대피장소가 지정돼 있다. 수용 가능인원은 약 571만 명이다. 인천시민 296만7314명의 2배 정도가 대피할 수 있는 규모다.

지역별로 부평구에 97곳으로 가장 많다. 서구는 93곳, 계양구는 89곳, 미추홀구는 50곳, 남동구는 50곳 등이다. 이어 중구 44곳, 강화군 43곳, 옹진군 29곳, 연수구 15곳, 동구 12곳 등 순이다.

하지만, 남동구와 서구의 지진 대피소는 지역주민을 100%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동구 지진 대피소 50곳의 수용 가능인원은 40만2906명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남동구 전체 인구가 50만6181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만3275명의 대피 공간이 부족한 셈이다.

인천 남동구 지진 옥외대피장소 ⓒ인천시
인천 남동구 지진 옥외대피장소 ⓒ인천시

서구도 사정이 비슷하다. 서구 인구는 58만9013명에 달한다. 지진 대피소 93곳의 수용 가능인원은 57만100명에 불과해 1만8913명의 대피 공간이 부족하다.

특히, 해마다 인구가 늘어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영종·청라·송도국제도시도 지진 대피소가 부족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종의 지진 대피소는 총 22곳으로, 운서동에 19곳이 몰려있다. 반면, 영종동은 운남초등학교 운동장 1곳뿐이다. 영종동 인구는 2만2581명이지만, 운남초 운동장의 수용 가능인원은 2545명이다. 영종동에 인접한 운서초 운동장이 운서동 지진 대피소로 지정돼 있지만, 수용 가능인원은 역시 2545명이다.

운남·운서초 2곳을 합쳐도 영종동 전체 주민들을 받아들이기엔 대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영종동 인근 영종1동의 체육공원과 영종초 운동장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라에는 총 15곳의 학교 운동장이 지진 대피소로 지정돼 있다. 청라1·2·3동 주민은 11만3452명에 달하지만, 15곳의 수용 가능인원은 3만9633명이다.

송도의 지진 대피소는 센트럴파크와 해돋이공원 2곳이다. 수용 가능인원은 센트럴파크 24만2424명과 해돋이공원 21만8181명으로, 송도1·2·3·4·5동 주민 19만352명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송도3동과 송도5동 주민들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진다. 송도3동 인구는 연수구에서 가장 많은 4만8738명이며, 송도5동은 4만4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진 대피소는 지진 발생 시 시설물 붕괴 및 낙하물 등의 위험으로부터 일시 대피해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야외장소다. 주로 거주지 인근 운동장과 공원, 안전한 공터 등이 지정된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르면, 시·도지사 등은 지진 발생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진 대피소를 지정 및 관리해야 한다.

다만, 행정안전부의 지진 대피소 관련 지침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인데다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지침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인구밀도와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규모의 적정성, 시설 접근성, 고층건물 이격거리 등을 고려해 지진 대피소를 지정해야 한다면서도, 규모와 거리 등에 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

공간의 제약도 지진 대피소 지정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도심 주거지 밀집지역의 경우 행안부 지침에서 요구하는 지진 대피소 지정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인천시 시민안전본부 관계자는 “공원이나 공터 규모가 작기도 하고, 학교 운동장도 인근 고층건물의 존재로 인해 부적합할 때가 있다”며 “마땅한 공간 자체가 안 나오니까 지진 옥외대피장소를 지정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시는 일단 올해 두 차례 정기점검을 통해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남동구에 12만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지진 대피소 20곳을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시민안전본부 관계자는 “시는 상·하반기 점검을 통해 총괄적인 관리·감독만 할 뿐, 실질적인 지진 대피소 지정과 관리는 관할 군·구에서 한다”면서도 “남동구는 빠르면 상반기에 추가 지정돼 전체 주민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나 영종 등은 최근 인구가 급증하면서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며 “상반기 점검 때 당연히 맞춰야 할 것이며, 추가 지정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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