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왜 ‘김기현 저격수’를 자처했나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2 14: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黃측 “당의 미래 고려한 행보…黃 중심 연대만 가능성 열어둬”
정치적 속내 분석도…“당내 영향력 확인 후 정계 재기 가능성”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막판 변수’로 부상한 모습이다. 황 후보는 지금까지 진행된 2차례의 TV토론회에서 선전하며 ‘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황 후보의 행보에 특이한 점이 있다. 앞서 ‘김황(김기현-황교안)연대’ 가능성도 내비쳤던 황 후보다. 그러나 본선에 오른 황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투기’ 의혹을 최전방에서 공격하며 후보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를 지지한다는 황 후보가 ‘김기현 저격수’를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 당대표 후보(왼쪽)와 김기현 후보 ⓒ시사저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 당대표 후보(왼쪽)와 김기현 후보 ⓒ시사저널

黃측 “도덕의 문제”…‘尹과의 악연’ 탓 추측도

황교안 캠프의 김영일 총괄본부장은 22일 통화에서 “전략이 아니라 당의 미래와 총선 승리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만큼 당대표는 도덕성 자질이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김기현 후보는 자격이 없으니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김황연대’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행보로 (김 후보와) 연대가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황 후보는 본인과 정체성이 맞는 후보라면 연대를 하겠다”면서도 “본인이 어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중심인 연대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역설했다.

정치권에선 황 후보의 행보에 ‘복잡한 속내’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황 후보가 태극기 부대(열성 지지층)의 기류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황 후보가 대통령 직무대행 시절을 겪게 만든 주범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금 김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향한 복잡한 속내를 김 후보에게 투영해 표출시킨 것”이라고 봤다.

황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4등인만큼 ‘모 아니면 도’로 1등만 집중 공략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 후보가 1등을 공격하는 것이 자기의 입지를 넓히는데 플러스가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김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키며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안철수·천하람 후보의 표가 황 후보에게 갈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그쪽을 공격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황 후보가 김 후보를 공격하면서 당내 입지를 다지고 영향력을 확인하려 한다는 추측도 나왔다. 최진 교수는 “다분히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자 이슈 파이팅 전략”이라며 “황 후보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고 자기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도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후보를 공격함으로써 입지를 다지고 영향력을 확인시켜주면 결선에 가지 못하고 4등하더라도 충분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5% 정도 득표하면 이를 발판으로 내년 총선 공천과 향후 대선까지도 두드려보려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사무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사무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黃의 정계 재기, ‘태극기 딜레마’가 변수

황 후보가 선전을 넘어 당권까지 쥐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다만 전당대회를 발판삼아 정치 재기를 노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서 황 후보는 3년 전인 2020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로서 총선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정치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황교안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여론이 만연했다.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같은 해 5월 “황교안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절대 재기하지 못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일부 여권 관계자들은 황 후보가 전당대회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넘어 차기 총선, 향후 대권까지 노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실 한 관계자는 “황 후보는 이번 당대표에서 떨어지더라도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한 후 총선은 물론 차기 대권 전략까지 세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의 확실한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도 정치적 재기의 변수다. 최진 교수는 “황 후보가 총선 정국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때 공천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황 후보는 태극기 부대와 운명공동체로서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도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태극기 부대’가 황 후보에게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극단적 강성지지층인 만큼 중도층 확장을 막는 가장 큰 약점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한 교수는 “황 후보가 태극기 부대 외에 기댈 곳이 없다”며 “황 후보가 이미 ‘흘러간 세대’라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정치적 입지나 지지율에서도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번에 천하람 후보에게도 진다면 정치적 미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지난 총선 참패로 거대 민주당을 탄생시킨 책임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도 거대 야당의 독주로 우리가 국회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나”라며 “황 후보는 이미 지난 총선 참패 직후 정계를 은퇴했을 때 정치적으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한편, 황 후보 측은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김영일 본부장은 “(전당대회를)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정치 생명 끝난 사람이 왜 나왔느냐’, ‘어차피 컷오프 당할 텐데’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런데 지금 나경원 전 의원 등 인재들이 불출마한 상황에서 황 후보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다시 ‘황풍(黃風)’이 불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