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자극 없는 영화, 힐링하며 찍었어요”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5 14: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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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뭉이》로 6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팔색조’ 배우 차태현

‘호불호 없이 사랑받는 배우’ 차태현이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차태현이 출연한 영화 《멍뭉이》는 집사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차태현은 극 중 야심 차게 오픈한 카페를 말아먹고 돈은 궁하지만 의리 하나는 최고인 맞춤 캐릭터 진국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철없어 보여도 누구보다 정 많고 듬직한 캐릭터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다. 브로맨스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는 유연석이다. 두 사람은 친형제보다 더 친한 사촌 형제로 열연하며 멍뭉이보다 더 멍뭉이 같은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벌써부터 ‘국민 브러더’의 탄생을 예고한다.

두 배우가 《멍뭉이》를 선택한 이유는 온전히 영화적 재미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평소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유연석은 “자극적인 소재가 없는 청정 무해한 작품인 《멍뭉이》의 이야기를 보고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지고 유쾌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출연 이유를 전한다. 차태현 역시 “메시지가 명확했다. 깔끔하고 명료해서 오히려 새로웠다”면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드라마 《종합병원2》에 함께 출연한 이후 《멍뭉이》로 재회한 것. 차태현은 유연석에 대해 “첫 드라마를 찍을 때 신인임에도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며 “이번 작품으로 다시 만나 뜻깊으면서도 케미가 좋아서 브로맨스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연석 역시 “(차태현은) 평소에도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친형 이상의 존재”라며 “가족영화와 코미디 연기의 고수이니만큼 우리 영화가 갖고 있는 따뜻함과 재미있는 포인트들을 많이 살려주었다”고 말했다.

연출은 흥행 돌풍을 일으킨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맡았다. 김 감독은 전작을 준비하던 중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강아지와의 이별을 경험했는데, 실제 감독의 경험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애초부터 차태현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후문이다.

한편 차태현은 의사, 재벌 2세, 슈퍼스타부터 대학생, 옆집 청년, 소꿉친구 등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인물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타다. 예능에서 보여준 인간미 넘치는 실제 모습은 극 중 장난기 넘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는 원동력이 됐다. 안정된 연기 속에 느껴지는 친근함과 인간미는 자신을 빛나게 하는 에너지이자 동료 배우, 작품까지 모두를 빛나게 하는 배우다. 현재 KBS 드라마 《두뇌공조》에 출연 중이다. 배우 차태현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멍뭉이》에 출연한 계기가 무엇인가.

“시나리오가 좋았다. 엄청 깔끔하게 넘어갔다. 뒤에 엄청난 반전이 있거나 뭐가를 억지로 꾸미려고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토리 유형이다. 대중에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다.”

개인적으로 반려인인지도 궁금하다.

“예전엔 반려인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결혼 전에는 강아지가 없었던 적이 없었을 만큼 계속 키웠다. 결혼한 후에는 본가에서 키웠다. 촬영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고, 반성도 되더라. 지금은 강아지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서 여러 정보를 얻게 되는데,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아, 저렇게 키워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이 ‘귀신 같은 배우’라고 극찬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배우라는 의미다.

“일을 한 지 오래돼 그런 게 아닐까. 내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일하지는 않는다.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실제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대사를 맞추고 분석하지만, 깊게 하지는 않는다. 현장에 와서 보면 내 분석이 틀릴 경우도 있고,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이 포용하는 스타일이다.”

극 중 역할인 진국은 직업이 바리스타다. 진국의 자존심 같은 영역이다. 혹시 배우 차태현에게는 놓을 수 없는 자존심 같은 영역이 있나.

“당연히 연기다. 고등학교 때 내 꿈은 PD, 가수, 탤런트였다. 내 영화를 만들어서 내가 주연을 하고 주제곡을 부르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학교 때 탤런트 시험에 덜컥 합격해서 연기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PD나 가수는 허황된 꿈이라는 생각이 깊어졌고, 배우로 진로가 확실해지는 계기들도 몇 번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머지 일들은 배우를 오래 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들이었다. 내 경우엔 그렇다. 배우라는 직업은 연기 연습도 중요하지만, 경험만큼 좋은 게 없더라. 실제 저는 내가 겪은 경험들에서 연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주변의 배우 후배들에게 예능 출연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지 말라고 많이 얘기한다. 요즘은 매체도 많아지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개념도 조금씩 바뀐 것 같다. 영화배우가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요즘 아이들에게는 유튜브 스타나 인스타그램 스타가 더 인기 있을 수도 있다. 연예계는 빨리 변한다. 그래서 저도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국은 허세도 있지만 내면은 단단하고 따뜻한 캐릭터다.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저의 장단점일 수 있는데, 캐릭터를 제 스스로 규정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 대본에 있는 그대로 하는 편이다. 대신 연기를 무조건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한다. 애드리브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부모님에게 연기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자연스럽게’였다. 아버지는 연극영화과를 나오시고 KBS에서 일하셨다. 어머니도 성우셨다. 그래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느 날은 부모님이 저를 막 화나게 하시는 거다. 그래서 화를 내면 ‘그래, 그렇게 연기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전 연극이나 뮤지컬을 감히 엄두를 못 낸다. 넘지 못할 산 같은 영역이다. 맞고 틀리고의 개념이 아니라 내가 하는 연기와 톤이 너무 달라서다. 어떤 배우는 연극에 도전하며 자신의 연기 세계를 넓혀 나간다면, 저에게는 예능이 그렇다. 저 또한 목표는 같다. 결국엔 연기를 위한, 배우 생활을 오래 하기 위한 것들이다.”

작품을 보면 배경이 너무 예쁘다.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나.

“글쎄, 제주도 촬영지도 너무 좋았고, 사실 장소는 아니지만 저는 영화의 흐름대로 쭉 촬영을 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촬영이라는 게 스케줄이 꼬이기도 하면서 스토리 순서대로 촬영할 수가 없다. 한데 이 영화는 흐름대로 이어서 촬영을 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덕분에 힘든 게 거의 없는, 그런 작품이었다. 제가 더 힐링을 했던 작품이다.”

《종합병원》 이후 유연석 배우와 재회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전에 만나 친목과 호흡을 다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연기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석이와의 호흡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를 가만 보니, 아주 오래전에 작품을 같이 해서 심리적으로 편했던 것 같다. 《종합병원》 때의 신인 배우가 어느덧 큰 사랑을 받는 주연배우가 됐다. 이 영화 역시 내 이름보다 연석이 이름이 먼저 나온다. 저는 그런 게 너무 좋다. 가족도 아닌데 뿌듯하다. 동시에 나도 그동안 잘 버텼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세월이 15년이 아닌가(웃음).”

대중에게 차태현은 바른 이미지다. 부담은 없나.

“너무 부담이 크다. 사실 어렸을 때는 주변 형들이 제게 ‘넌, 변하지 않아서 좋아, 싸가지가 없는 게 안 변했네’ 하며 농담을 많이 했다. 하하. 부모님이 저를 엄하게 키우지 않으셨다. 부모님과도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다 보니 밖에 나가서도 격식을 차리고 예의를 차리지 않아서 욕을 많이 먹기도 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 눈을 쳐다보며 말을 못 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제가 배우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한데 이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이 변했다. 《1박2일》을 10년간 하면서 대중과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내성적인 성격 탓에 오해도 많이 받았다. 한데 지금은 화면의 모습이 더 자연스러울 만큼 많이 변했다.”

그간 많은 작품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가 아닐까 싶다. 그 캐릭터를 넘을 수도 없고, 굳이 넘고 싶지도 않다. 한때는 이걸 뛰어넘는 작품을 하나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게 안 되더라. 《엽기적인 그녀》보다 관객 수가 많은 작품도 있었지만, 결국 내 대표작은 《엽기적인 그녀》더라. 그걸 받아들였다. 드라마 《프로듀서》도 좋은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멍뭉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귀엽게 보고 힐링이 되셨으면 좋겠다. 요즘엔 작품들이 대체로 설정이 과하고 빠르지 않나. 한데 그것과 색깔이 다른 작품이다. 이처럼 중간 역할을 해주는 작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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