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직접 겨냥한 檢…대북 송금 수사 ‘가속페달’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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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기도청 도지사실 이틀째 압수수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경기도지사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앞선 두 차례 압수수색에서 대상에 없었던 도지사실이 처음으로 포함되면서, 이 대표를 향한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경기도청을 압수수색 중이다. 본청 내 경기도지사실 및 도지사 비서실, 경제부지사실(구 평화부지사), 기획조정실, 북부청 내 행정2부지사실, 평화협력국, 축산동물복지국, DMZ정책과 등 사무실과 도의회 농정해양·기획위원회, 킨텍스 대표이사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 등 19곳이 대상이다. 이날도 오전 10시부터 경제부지사실과 행정1부지사실을 압수 수색하고 있으며, 소통협치과, 기획담당관, 법무담당관실 등도 곧 수색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 확인에도 나섰다. 검찰은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외 제3의 인물이 이 대표와의 전화통화를 연결해줬다는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이 대표와 3∼4번 전화 통화했다. 2~3번은 이 전 부지사가, 1번은 건설업자 이아무개씨가 연결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연결해준 2번은 정확한데, 나머지 한번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새롭게 나온 진술 내용은 2020년 말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건설업자인 이씨가 이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김 전 회장에게 전화 연결을 해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쌍방울의 한 계열사 사외이사와 동명인 점을 파악하고, 동일인이 맞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 전화한 것이 두 번 정도 더 있다"는 쌍방울그룹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해 사실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에서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지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검찰 수사 전 휴대전화가 교체돼 당시 통화내역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아무개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6대의 비밀번호를 풀어 정밀 분석 중인데, 이 휴대전화들도 검찰의 압수수색 등에 대비해 최근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인 2019년 1월17일, 2020년 말, 2022년 1∼2월 경의 통화기록은 찾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검찰은 전날 이 전 부지사를 소환해 조사하면서, 김 전 회장과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는 경기도와 무관한 독자적인 대북 경제협력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김 전 회장에게 경기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와 이 대표의 방북비용 대납 명목으로 북한에 총 800만 달러를 건네도록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목적 중 하나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적시했다. 또 김 전 회장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이 전 부지사, 방용철 부회장 등 5명을 적시했는데, 이 대표는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경기도 관계자'라는 표현으로 공범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북 송금 수사 또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같이 검찰이 물증을 얼마나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김 전 회장과 전화 통화했다는 보도에 대해서 "검찰의 신작 소설이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정면 반박한 바 있다. 이 전 부지사 또한 앞선 입장문에서 "최근 김성태와 쌍방울의 대북 송금과 관련해 이화영과 이재명 대표, 경기도에 대한 모든 보도는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 관련인들에 대한 수사를 더 진행한 뒤 재판절차에 임할 예정이다. 이날 김 전 회장의 첫 재판이 열렸으나, 검찰 측이 관련 사건 공범 수사 등을 이유로 사건기록 열람·등사를 불허하면서 제대로 된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기록열람을 신청했으나 공범 기소 시까지 제공이 어렵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아 전혀 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미리 제공하기가 어려워 불허했다"며 "공범에 대한 구속 만기가 3월2일인 만큼 한 차례 더 준비 기일을 잡아주면 그때 큰 틀에서 기록 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은 100권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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