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가능하다”며 발달장애인에 편의 제공 안 한 경찰…인권위 “차별”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2.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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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경찰서장에게 담당 수사관 주의 조치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 연합뉴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발달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상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발달장애인 A씨를 신문한 경찰서 서장에게 "장애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며 담당 수사관에게 주의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아스파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장애인 A씨는 지난해 4월 B경찰서에서 두 차례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에게 본인의 장애 사실을 알렸지만, 형사사법 절차상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 측은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을 재구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반적 발달장애인과 달리 A씨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이어 "A씨가 장애인 등록증을 제출하거나 별도의 편의를 요구하지 않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신문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경찰이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미국정신의학회 기준을 들어 '형식적 언어기술'이 손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회적·감정적 상호성의 결함,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행동의 결함 등의 특징이 있으면 자폐 스펙트럼장애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법 13조는 각 경찰서가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을 지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들이 발달장애인을 조사 또는 심문하도록 규정한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에는 사법기관은 사건 관계인에 대해 의사소통·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 조력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게 돼 있다.

인권위는 "(경찰은) A씨의 언어 구사능력이 원활하다는 이유로 그에게 장애가 없다고 단정하고, 본인의 장애를 언급한 진술이 있었는데도 A씨의 장애 여부나 보호조치 필요성을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을 "헌법 12조가 보장하는 적법절차 원칙을 위배한 장애인 차별"로 규정하고 해당 경찰서장에게 A씨 담당 수사관을 주의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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