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업종 바꾸면 상속 어렵다”…중소기업 고민 해결할 법안은?
  • 변문우·이원석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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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발의…업종 바꿔도 가업경영기간 인정
“기업승계는 ‘사회적 책임’ 대물림…기존 기업도 오래 가는 게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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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의 문구 도소매 기업 A업체는 유아 교구 제품을 개발했다. 육아용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매출과 고용이 각각 2배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A업체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했다. 이유는 업종 변경을 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선 업종 변경 이전 기간을 가업경영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A업체 대표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할지, 가업승계를 포기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상승, 소비심리 위축으로 중소기업들의 영업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업종 변경’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필수 요건이면서도 딜레마다. A업체처럼 업종을 변경하면 가업승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법은 중소기업이 10년 이상 가업을 경영한 경우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상속세 부담을 경감 받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가업상속 전 주된 업종을 변경하면 업종 변경 이전 기간은 가업경영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고 업종을 변경했다가 오히려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승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독일과 일본은 기업승계 지원에 있어 별도의 업종 제한이 없다. 오프라인 기반 기업이 온라인 시장에 도전하거나, 산업 혁신에 맞춰 업종을 변경하는 게 어렵지 않다. 여기에 일본은 사업 전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조금까지 지원한다. 업종 변경이 경영의 날개가 아닌 족쇄인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이에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기업들이 경영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가업상속공제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변경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도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홍석준 의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기업의 업종 변경 여부에 상관없이 가업 경영 기간을 인정하고 기업승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 의원은 해당 법안이 발의된 20일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창업만큼 기존 시장에서 입증된 기업들도 더 오래 갈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기업 상속은 오히려 ‘부’가 아닌 ‘사회적 책임’의 대물림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정치 현안과 규제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정치 현안과 규제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가업승계지원 실효성 강화 법안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우리나라는 기업 승계에 대해 여전히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하다. 이탓에 승계 요건이 까다롭다. 이런 낡은 규제를 개선해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 창업만큼 기존 시장에서 입증된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게 국가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특히 초점을 맞춘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승계 상황이 더 열악하다.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를 낼 때 지분이나 주식을 팔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주식이 시장에 상장조차 잘 안 된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상속받으려면 부채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CEO들도 승계를 꺼린다.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상속 관련 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던 걸로 안다.

“그렇다. 제가 이 법안의 이전 버전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시간은 좀 오래 끌었지만 작년 연말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시행령을 중소기업벤처부나 관련 부처에서 마련해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통과된 1호 법안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상속공제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법안을 활용하는 기업 건수는 사실상 1년에 100여 기업에 그친다. 그래서 이 법안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통해 요건을 완화시켰다. 첫 번째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도 기업 상속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종업원 100% 고용 기준을 70~80%로 완화시켰다. 또 일부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기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이 됐다.”

해당 법안의 어떤 점이 부족해 개정안을 또 발의하게 됐는지.

“아쉬웠던 점은 해당 통과 법안에서도 업종 변경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은 점이다. 50년 전에 창업을 하면 현재 상황에선 사회적, 기업적 여건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충분히 업종을 바꿀 필요성을 느낄 건데, 현행법상 업종을 변경해서 승계하는 것은 엄청난 상속세를 부과하게 돼있다. 이런 부분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최근 같은 법 개정안을 또 발의했다.”

가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처음 1호 법안을 냈던 당시 ‘부의 대물림’, ‘또 역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런 비판적 반응도 많이 봤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기업’은 엄연히 개인하고 분리되는 ‘법인’이란 점이다. 기업이 올바르고 똘똘한 기업이 됐을 때 우리에게 일자리가 창출된다. 또 기업의 법인세는 국가 재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저는 기업이 문을 닫고 개인에게 상속되는 것이 오히려 부의 대물림이라고 본다. 기업을 상속해 계속 운영하면 기업주가 계속해서 투자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물림’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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