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이 상팔자? 정치인 발목 잡는 ‘아들 잔혹사’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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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아들 ‘학폭’ 논란에 낙마…장제원도 아들 문제로 골머리
전문가들 “국민정서 반하는 치명적 리스크, 정치 불신 부를 것”

정치권에서 ‘아들 스캔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지난 25일 낙마하면서다. 앞서 유력 정치권 인사들도 아들과 관련한 각종 논란·추문 탓에 선거에서 낙마하거나 은퇴한 전례가 여럿 있다. 최근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흥행하면서 관련 사례가 다시금 재조명되는 모습이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더 글로리》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재명·이회창, 대선서 발목…정몽준·남경필도 사과

최근 ‘아들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대표적 인사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장 의원은 아들인 래퍼 장용준씨의 각종 논란으로 이번 전당대회를 비롯한 주요 국면에서 재차 퇴진론에 휩싸였다. 앞서 장용준씨는 ‘전두환 시대’를 언급한 노래 가사로 ‘군부 독재정권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또 장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당시 후보)을 돕는 과정에서도 아들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장용준씨의 음주운전과 경찰관 폭행 등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장 의원도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장 의원은 “국민들께 면목이 없다”고 사과해야 했다. 또 윤석열 캠프 총괄실장직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아들 스캔들’은 대선 국면에서도 후보들의 발목을 여러 번 잡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을 인정하고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16일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정권 재창출과 교체의 기로에서 약점을 잡힌 이 대표는 결국 윤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대권에 도전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에 쓴맛을 봤다. 2002년 대선에서 이 총재의 아들인 이정연씨가 신체검사 1급임에도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이 전 총재는 “병역면제 과정에서 아무런 비리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실제로도 의혹은 근거 없는 공세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해당 논란 리스크는 이 전 총재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고,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게 됐다.

정몽준 전 의원도 아들의 ‘세월호 참사 망언’ 논란으로 결국 서울시장에 낙마했다. 정 전 의원의 아들은 2014년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의 태도를 지적하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하며 사고 수습에 나섰다. 그럼에도 정 전 의원은 결국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지고 말았다.

보수 진영의 대권 잠룡이었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아들의 계속된 일탈에 발목을 잡혔다. 남 전 지사의 아들 남아무개씨는 2017년 9월 자택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바 있다. 또 남씨는 군 복무 당시 후임들을 수차례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남 전 지사는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남 전 지사는 2019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역 의원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아들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정 의원의 아들은 중학생 신분이었던 2017년 또래 여중생을 성추행한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정 의원은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아버지로서 역할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있다”며 논란에 대해 인정하고 고개를 숙여야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자녀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자녀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식 보호하려면 공적 영역 나오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의 발달로 ‘가족 도덕성 리스크’가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권력을 앞세워 자식의 비위를 감싸는 행태가 반복될 경우 한국 정치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넷플릭스 《더글로리》와 트로트 가수 황영웅 사례 등으로 국민 정서가 학폭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며 “국민정서는 여론조사로 볼 수 없는 제 3의 지표다. 이런 국민정서에 반할 경우 후보 본인 뿐 아니라 본인의 당과 정치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치인으로서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인데 자식을 단속을 못 했으면 정치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논란을 일으킨 정치인들을 향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자식을 그렇게 싸고 다니려면 공적 영역에 나오면 안 되는 거고, 공적 영역에서 자기가 봉사하려면 집안을 잘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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