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민심에 소주 가격 통제 나선 정부…맥주 인상은 불가피?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7 1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금 올라가는 맥주 대신 소주 가격 들여다보는 정부
풍선효과로 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가격은 점주 마음”
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 ⓒ연합뉴스
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 ⓒ연합뉴스

‘소주 1병 6000원’ 전망에 나오면서 정부가 내부적으로 주류업계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주류 가격 인상 요인과 업계 동향, 시장 구조 등을 살펴보기 위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세금 인상이 없음에도 소줏값 인상 움직임이 나오면서 이를 파악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오는 4월부터 주세가 오르는 맥주와 막걸리 가격의 인상 폭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주의 원재료 격인 타피오카 가격,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공장 가동 비용, 병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주류업계가 소줏값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행동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소주 가격 인상 요인을 점검하고 인상 동향과 기업 수익 상황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주류업체들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 업계는 당황한 기색이다.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지난해 주정을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가 10년 만에 주정 가격을 7.8% 올렸다. 소주병, 병뚜껑 등 부자재 가격도 인상됐다. 공식적으로는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같은 이유로 소주 출고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부적인 기류다.

업계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과 정부의 실태조사를 놓고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 부총리는 “세금이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을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업계와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놓고 세금이 오르는 건 맥주와 막걸리임에도 소주 가격을 문제 삼고 나서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이 오르는 맥주와 막걸리는 거론하지 않고, 소주 가격을 조사하겠다는 건 정부로 향하는 비난을 업계로 돌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세법 시행령에 따라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인 주세를 리터(ℓ)당 30.5원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맥주에 붙는 세금은 885.7원이 될 전망이다. 맥주의 경우 지난해 인상 폭(1ℓ당 20.8원)보다 46.6% 높다. 탁주는 1.5원(44.4원) 인상된다. 

통상 주류업체들은 정부의 주세 인상 직후 가격을 올린다. 지난해 맥주의 주세가 ℓ당 20.8원 올랐을 당시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하이트 출고가를 7.7%,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출고가를 8.2% 각각 인상한 바 있다. 올해 주세 상승폭이 지난해보다 크기 때문에 출고가 상승 요인은 충분하다. 주류 업체들은 아직 인상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판매되는 수입 주류 가격은 이미 인상했다. 하이트진로는 식당, 술집 등 유흥 채널용 수입 주류의 출고가를 이달부터 평균 15.9% 올렸다. 가격이 인상된 수입 주류는 기린 이치방시보리, 싱하, 써머스비, 크로넨버그 1664 블랑, 파울라너 등이다. 하이네켄코리아의 경우 지난 10일부터 업장용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올린 바 있다. 인상 배경은 수입 원가 및 국내 물류비 상승이다.

정부가 소주 가격을 옥죄면서 이로 인한 풍선효과로 맥주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주 출고가를 올리는 대신 세금이 올라가는 맥주 출고가를 올리는 방식을 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맥주 출고가 인상 분(7~8%) 이하로 정부와 협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분이 크지 않더라도 음식점, 술집 등의 가격은 점주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어렵다”며 “소주의 대체재 성격이 강한 맥주로 소주 가격 억제 여파가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