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는 낙선이 답”…野 ‘반역자’ 솎아내기 시작됐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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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팬카페, ‘野 낙마명단’ 돌리기도…의원실도 전화폭탄에 ‘몸살’
조정훈 “野 민주주의 무너져…이재명 침묵도 ‘개딸 동조’ 의미”

“더러운 반역자들, 다음 국회서 못 볼 거다.” (이재명 대표 펜카페에 올라온 글)

“왜 이딴 식으로 투표했나. 쫄리면 밝혀라.” (민주당 한 의원실에 걸려온 전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최소 31표에 달하는 무더기 이탈표가 나왔다.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던 민주당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이에 ‘개딸’(이 대표 지지층)을 비롯한 민주당 강성지지층에선 ‘반역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 솎아내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들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면서 비명계 의원 측에서는 불만과 고충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급식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급식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당 30통’ 협박전화에…의원실 “업무 마비”

28일 민주당 홈페이지와 이 대표의 펜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 일부 커뮤니티에선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에게 ‘부결 투표했다는 증거를 대라’며 협박성 전화·문자폭탄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명이네 마을’ 회원 A씨는 ‘모 의원이 겁을 준다’며 본인이 비명계 민주당 의원과 나눈 문자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이번에 ‘수박(겉은 민주당이나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고 문자를 보내자 상대 의원은 “나는 부표 던졌으니 함부로 얘기하면 가만 안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민주당의 이소영 의원실과 나눈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B씨는 “이소영 의원님도 수박 리스트에 들어가 있더라”고 질문하자 의원실 측에선 “부결에 투표했다”고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발언을 해 개딸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반역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계 일부 의원들의 프로필을 정리한 후 ‘민주당 낙선명단’까지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배포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프로필을 각종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명단에 들어간 배신자들은 차기 공천에서 낙마할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못 볼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들도 강성 지지층의 공세로 ‘몸살이 날 지경’이라는 전언이다. 당내 소신파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실의 경우는 내선 전화를 걸어도 ‘전화량이 많아 받을 수 없다’는 ARS 음성이 나올 만큼 통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상민 의원실 관계자도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다른 업무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이 의원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겉으로 드러난 가결표 수는 빙산의 일각이다.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며 소신 발언을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의 ‘낙선명단’에 포함된 중진 의원실 관계자도 “전화가 시간당 20~30통도 넘게 와서 업무에도 마비가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희가 콜센터도 아니고 더군다나 무기명 투표인 만큼 저희한테 얘기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지지층의 항의 전화에는 고성은 물론 수위 높은 욕설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왜 이딴 식으로 무기명 투표했나’, ‘당당하면 (부결 투표한 내용을) 밝혀라’는 등 저희 의원님이 반역표를 던졌다고 속단하는 분들도 많다”며 “맹목적으로 이 대표를 따르라는 건데 이건 파시스트지 않냐”고 반문했다.

다른 민주당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신변의 위협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청년이나 여성 비서관들의 경우 항의 전화로 받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좋게 말하면 팬덤(지지층) 정치지, 개딸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은 국회가 일 못하게 하는 바이러스만 심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2월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가 중앙지검 3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2월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가 중앙지검 3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개딸들’ 분열 기폭제 될 수도…“총선까지 영향”

이 같은 개딸들의 행보에 대해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안타깝고 불편하다”며 “민주당 내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또 그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개딸들의 행위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동조하고 지지하고 더 격려한다는 메시지와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딸들의 행보가 민주당 분열을 가속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딸들의 행보는 차기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혹여 ‘포스트 이재명’ 체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강성 지지층은 내년 총선까지 비명계 퇴출에 총력을 쏟을 것이다. 분당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명계로서는 더욱 난감한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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