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3년 만에 재구속 기로…오너리스크 재부상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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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부당 지원에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5개월 만에 속전속결 檢 수사…위기의 한국타이어
2019년 11월21일,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사 자금을 빼돌려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21일,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사 자금을 빼돌려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3년3개월 만에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6일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 횡령·배임 의혹이다. 검찰이 파악한 횡령·배임액은 200억원대다. 지난 2019년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조 회장이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서면서 한국타이어의 오너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조현범 회장은 오는 8일 구속 심사대에 설 전망이다.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30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조 회장은 계열사 MKT(한국프리시전웍스)가 제조한 타이어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타이어몰드는 타이어의 패턴을 새기는 데 사용하는 틀을 말한다. 한국타이어는 2011년 타이어몰드 제조사인 MKT를 인수해 2019년 사명을 한국프리시전웍스로 바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타이어가 MKT를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MKT에 이윤을 보장하는 형태로 신단가 정책을 시행했다. MKT 타이어몰드에 대해 판관비 10%, 이윤 15%를 보장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동종업계는 물론 기존에 한국타이어 자신도 활용하지 않던 이례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4년간의 부당지원 기간 동안 MKT는 매출액 875억2000만원, 매출이익 370억2000만원, 영업이익 32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MKT의 매출이익률은 42.2%에 달했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12.6%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총수 일가로 흘러들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 회장이 29.9%, 그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MKT는 2016∼2017년 조 회장에게 65억원, 조 고문에게 43억원 등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회삿돈으로 수억원대 슈퍼카 구입한 그룹 총수

조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외에 배임·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회사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계열사 MKT 자금 130억원 가량을 빌려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조 회장과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함께 다니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하청기업으로부터 수년간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모두 6억원가량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였다. 조 회장의 모든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고 2020년 11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회사 자금을 유용해 지인에게 줄 선물을 사거나 개인 집수리를 하는 등 개인 비리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페라리, 포르쉐 등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회삿돈으로 구입한 것으로 파악돼 검찰은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2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구속영장 청구까지 5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공정위의 검찰 고발 조치 이후 검찰은 같은 해 12월 조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어 한국타이어 본사, 계열사, 조 회장 자택 등을 수차례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조 회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구속 여부를 떠나 총수가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놓인 한국타이어는 또다시 ‘오너리스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앞서 조 회장은 2019년 12월 개인비리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자 이듬해 6월 ‘일신상의 이유’로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오는 8일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한국타이어그룹은 총수 부재 사태가 재연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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