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역 건설사업 잇달아 따낸 업자, 관내 국회의원에 ‘고액 후원’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4 12:00
  • 호수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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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회의원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 분석…이해관계자에게 고액 후원받은 의원들 상당수

21대 국회 전반기인 지난해 중반까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서구갑)은 지난해 3월 A건설사의 B대표로부터 3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 A건설은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중소 건설사다. B대표는 김 의원이 행안위로 옮긴 12월에도 100만원을 추가로 기부해 2022년 총 400만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A건설이 8% 지분으로 참여한 컨소시엄은 2021년 3월 인천 서구 내 검단신도시 2단계 지역 AA16블록 민간참여주택 건설사업을 따냈다. 총사업비 6300억원 규모의 공사다. 이어 지난해 8월에도 A건설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총사업비 1조4900억원 규모의 인천 서구 검암 플라시아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해당 개발 사업들은 인천시 산하 인천도시공사가 진행하고 있다.

주택·토지·건설 분야의 정책 등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국토위 소속 의원이, 더군다나 자신의 지역구가 속한 관내의 대규모 건설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대표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는 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만큼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 외에도 박아무개 D건설 대표(500만원), 정아무개 H사 대표(500만원) 등 인천 소재 건설 관련 기업들로부터도 고액 후원금을 받았다. 김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A건설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일 뿐 (A건설이 참여한) 공사에 대해선 알지도 못했고, 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B대표와는 이해관계자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한민국 국회 전경 ⓒ시사저널 박은숙
대한민국 국회 전경 ⓒ시사저널 박은숙

국토위원, 건설사로부터 후원받은 사례 많아

다수의 국회의원이 2022년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기업·단체의 대표자들로부터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을 받은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입법, 정책 추진, 예산 편성 등 막대한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이 특정 인사, 집단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의정활동에 영향을 미칠 경우 자칫하면 이해충돌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몇몇 의원은 고액 후원을 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행보를 보여 대가성 혹은 보은성 후원 의혹도 제기된다.

시사저널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중앙선관위로부터 2022년 국회의원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입수했다. 정치자금법상 후원자 1인은 각 정당이나 국회의원 혹은 선거 후보자 후원회에 최대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한 사람이 한 후원회에 300만원 이상 기부했을 경우 중앙선관위는 후원회의 회계보고 자료를 바탕으로 후원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후원일자 등을 공개하게 돼있다.

시사저널은 각 의원의 소속 상임위, 지역구 등을 바탕으로 해당 명단을 분석해 의원과 후원자 간 이해관계를 살폈다. 다만 대다수의 후원회가 후원자의 직업을 ‘기타’ ‘회사원’ ‘자영업’ 등으로 모호하게 기재했기 때문에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을 토대로 최대한 각 후원자의 신원을 파악했다.

김교흥 의원 사례처럼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이 건설 관련 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은 경우는 더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 국토위에서 활동했던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서울의 대형 건축사사무소인 T건축사사무소의 최아무개 대표로부터 지난해 2월 5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 역시 지난해 중반까지 국토위 소속이던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전남 나주 소재의 중견 건설기업인 N건설 마아무개 대표로부터 지난해 3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총 4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국토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 19대 국회 때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국토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도로·교량·철도 등 교통 분야는 물론 다양한 국토 개발산업에도 여러 차례 참여한 바 있는 종합건설 엔지니어링 기업인 D컨설턴트의 이아무개 회장으로부터 지난해 7월 450만원의 후원금을 기부받았다. 같은 날 김아무개 D컨설턴트 총괄사장도 김 의원에게 이 회장과 같은 금액을 후원했다.

 

LPG 법안 발의 후 업계로부터 고액 후원받아

각종 산업 전반과 무역·통상·에너지 등 중소벤처기업 관련 분야 전반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해관계가 있는 협회·기업의 대표자들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은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특히 김경만·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LPG(액화석유가스) 업계 관련 단체 대표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았는데, 후원이 있기 전에 LPG 업계 전반에 도움이 될 만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해 주목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경영 악화 등으로 폐업신고를 한 LPG판매사업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폐업지원금 또는 사업전환지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4월엔 김 의원이 LPG 판매 업계 관계자들과 업계 관련 여러 현안에 대해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엘피가스 관련 협동조합의 조아무개 이사장이 김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지난해 중반까지 산자위에서 활동한 이성만 의원도 지난해 4월 재난 등으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이 LPG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사업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한 달 후인 5월 이 의원은 엘피가스 관련 협회의 김아무개 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이 의원은 그보다 앞서 지난해 1월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자신이 주최한 LPG 판매업 소상공인 정책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김 회장도 참석했다.

김 의원과 이 의원 측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은 후원한 당사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 측은 시사저널 질의에 “(고액 후원한) 조 회장이 속한 조합은 공급자 관련 단체라 3월 발의한 판매업자 지원 관련 법안과는 관계가 없다”며 “공급자 뿐만 아니라 판매자 관련 단체 등 다양한 단체와도 간담회를 가지면서 의정활동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반영하는 것”이고 설명했다. 이 의원도 “(발의한 법안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지, LPG 관련 업계나 단체를 위한 법안이 아니다”며 “(각종 단체와 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한 것을 두고 대가성·보은성과 연결 짓는 것은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색안경을 쓴 무리한 논리”라고 답했다. 또 “후원자분들이 얼마를 후원했는지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사후자료를 보고 알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대기업·중견기업들은 국회의 주요 견제 대상이자 각종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 집단으로 고액 후원자 명단에서도 여러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후반기 산자위에 합류했고 국회 첨단전략산업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카카오 부사장을 지냈고 2022년엔 카카오의 한 계열사에 몸담았던 정아무개 K사 대주주로부터 지난해 12월 400만원을 후원받았다. 홍 의원 측은 “홍 의원과 정 전 부사장이 고교·대학 친구라서 사적으로 후원한 것이지 이해관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 임원 출신이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박아무개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금융·공정거래 정책 등을 소관하는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휴대폰·가상자산 등 결제 서비스 관련 업체인 D사의 박아무개 회장으로부터 지난해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역시 정무위 소속으로 카카오뱅크 출신인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카카오 부회장을 지낸 김아무개 D산업이사회 의장(500만원) 등으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의료계, 제약업체 관계자 등으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은 경우도 눈에 띄었다. 특히 전반기 복지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기도 했던 강기윤 의원은 지난해 유독 의료계 관계자들로부터 후원을 많이 받았다. 4월 곽아무개 간호조무사협회 회장으로부터 500만원, 5월 최아무개 경상남도의사회장으로부터 400만원, 8월 박아무개 대한아동병원협회장으로부터 500만원, 10월 김아무개 희연요양병원 이사장으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강 의원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2월 간호조무사 6000명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며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에 대해 약속한 바 있다. 아울러 강 의원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 간호정책을 하나로 묶은 간호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날치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간호법 제정은 간호조무사들과 의사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안이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회장 출신이자 복지위 소속인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이아무개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최 의원은 지난해 공중위생관리법에서 이용 및 미용 관련 법안을 분리하는 미용사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임아무개 K제약 대표, 임아무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으로부터도 각각 500만원씩 후원금을 받았다.

최 의원 측은 “이 회장은 의원의 제자이며 최 의원은 미용사회 회장을 15년이나 지냈다. 미용사법 제정은 최 의원이 미용사회에 있을 때부터 추진해왔던 현안이고 대가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라며 “임 대표나 임 회장 다 개인적으로 아주 친한 지인”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자신의 출신 분야나 지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으면 이해관계에 더 매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투명하고 더 주기적인 회계보고 필요”

일부 농업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은 피감기관인 농협이나 축협 관계자들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기도 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남아무개 D농협 조합장에게 300만원, 같은 당 위성곤 의원은 문아무개 농협중앙회 상무에게 500만원,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아무개 I축협 조합장에게 500만원을 각각 후원받았다. 지난해 전반기까지 국회 교육위 간사를 맡았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같은 날 권아무개 S대 총장과 이아무개 S대 총장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후원금 제도는 음성적이고 탈법적인 기부 행위를 양성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그 한도 내에서 후원하는 것에 대해선 크게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합법을 가장해 특수한 목적이나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경우”라며 “(이해충돌 등의) 문제가 있다면 정치인들이 사전에 거부하거나 받았다면 돌려줘야 하고, 무엇보다 더 투명하게, 더 주기적으로 회계보고를 하도록 하는 것과 사후에는 엄정하게 감시해 문제가 있을 경우 매우 강도 높게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론보도] 「[단독] 지역 건설사업 잇달아 따낸 업자, 관내 국회의원에 ‘고액후원’」 관련

본보는 2023년 3월 21일자 정치면에 「[단독] 지역 건설사업 잇달아 따낸 업자, 관내 국회의원에 ‘고액후원’」 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A건설사의 B대표는 건설사업권의 확보가 외부의 개입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이며, 사업 구역은 인천 서구을 지역에 해당해 김교흥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서구갑과 관련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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