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野 탄핵’ 공세가 전화위복?…‘尹의 길’ 걷나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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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헌재 판단에 코너 몰린 韓 “피하지 않고 맞설 것”
野, 탄핵 공세 속 역풍 우려도…우상호 “사퇴 요구 사안 아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코너에 몰렸다. 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헌재)가 유효 판결을 내리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이 국회 입법권에 정면 도전했다며 탄핵 추진을 시사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한 장관에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에 맞선 끝에 대권 후보로 올라선 ‘윤석열 대통령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한 장관의 ‘체급’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로 ‘한동훈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탄핵론에 “헌재 판결 반대였음 野 의원도 사퇴 했겠나” 맞불

27일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 판결 직후 민주당 내에선 ‘한 장관 탄핵’을 추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탄핵 사유는 한 장관이 국회 입법권에 정면 도전하는 ‘반역’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검수완박 법안을 통해 축소된 검사 수사권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일부 회복하려 한 점도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일개 법무장관이 국회 입법 권력에 정면 도전했다”며 “본인이 우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고, 사퇴를 거부한다면 탄핵 추진도 검토할 수 있다”고 직격했다. 여기에 김용민 의원도 “한 장관 탄핵이 답”이라며 “법대생도 알 상식을 장관이 몰랐으면 최악의 무능이다. 아주 악의적인 정치놀음을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친명계 핵심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의도적으로 검찰의 밥그릇과 수사권을 지키겠다고 하면서 꼼수 시행령으로 이렇게 만든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서는 탄핵 사유가 되고, 거기에 대해 (한 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법적 시행령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 장관도 탄핵론에 강하게 맞서겠다고 민주당에 선전포고했다. 그는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라는 말을 민주당 정치인들이 기분에 따라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다”며 “저는 법무부 장관이 꼭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만약 민주당이 저에 대한 탄핵을 진행한다면 그 절차 내에서 (검수완박) 법이 얼마나 문제가 많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인지 실질적인 판단을 헌재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날 법사위 회의 중에도 “만약 헌재 판결 결과가 5:4(검수완박법 유효 대 무효)였으면 민주당 의원들은 사퇴했을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법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법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별의 순간’ 가까워졌다?…일각선 ‘시기상조’ 주장도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한 장관에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탄핵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선례로 여럿 있어서다. 탄핵 국면을 발판 삼아 인지도를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지지층 결집까지 도모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 위기 직후 ‘동정표’가 확산하면서, 17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 국면 끝에 대권 주자로 올라섰던 윤 대통령과도 비견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0년 검찰총장 재임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 속에서 ‘별의 순간’을 맞았다. 문 정부에서 만든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징계’라는 불명예가 오히려 정부 부패에 맞선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로 변화되면서다. 이후 그는 반(反)정부 표심을 구심점 삼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한 장관까지 탄핵하려 경우 민주당이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대야당인 민주당이 정부 인사를 줄 탄압했다는 프레임에 갇힐 것이란 분석에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앞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역이용해 윤 대통령의 왼팔인 이상민 장관 탄핵을 강행했다”며 “윤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한 장관까지 탄핵하려 하면 우리(여당)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의도연구원 신임 원장직에 오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한 장관의 행보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장관도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가 있다. 셀럽을 뛰어넘어서 히어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 장관) 개인적으로선 아주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좀 등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을 대신하는 정권 2인자 이미지를 강화해 내년 총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일각에선 한 장관에게 ‘제2 윤석열’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시기상조란 주장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한 장관에게도 기회가 올 것인데 정부가 성공할지 아직 모른다”며 “여기에 총선과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벌써부터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지금 시점에선 민주당이 탄핵 공세를 꺼낼수록 떨어진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결집하고 한 장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민주당도 과연 탄핵으로 이어지는 것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을지 신중히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라며 “민주당 내부 정리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한 장관 탄핵을 외치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역풍을 우려해 민주당 내에서도 ‘한동훈 탄핵론’ 카드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법안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아마 그건 정치적인 주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헌재 판결에 따른 책임을 물어 한 장관에 대한 ‘자진사퇴’를 주장했을 뿐 탄핵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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