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갉아먹었다” 눈물로 절규한 故이우영 작가 유족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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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공동작가인 동생 “혼자 싸우다 떠난 형 이야기 들어달라”
3월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고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공동제작자인 이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3월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고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공동제작자인 이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저작권 분쟁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세상을 등진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고(故) 이우영씨의 유족이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며 눈물을 쏟았다. 

《검정고무신》의 공동 작가인 이우진 작가는 27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우영 작가의 51년 삶 동안 20년은 형제, 나머지 30년은 절친이자 만화가 동료로 살면서 '검정고무신'을 그려 온 동생"이라며 "혼자서 싸우다 아주 멀리 떠난 형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 가져주고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이 작가는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계약을 맺은) 2007년의 인연은 악연이 돼 형의 영혼까지 갉아먹었다"며 "어린 시절 만화를 사랑했고, 만화 이야기로 밤새우던 형의 목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게 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걸어 온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아마도 형이 마무리하지 못했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제자들의 창작 활동을 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거듭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검정고무신》의 캐릭터 사업을 맡았던 형설앤 측이 이우영 작가를 죽음에 몰아넣었다며 관련 사업 및 소송 중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세대를 막론한 사랑을 받은 《검정고무신》을 그린 작가가 작품 저작권을 강탈당하고 그 괴로움에 못 이겨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 만화·웹툰계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형설앤 측이) 캐릭터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형설앤을 향해 《검정고무신》 관련 일체 권한을 유가족에게 돌려주고 모든 《검정고무신》 사업에서 물러나며, 민사소송을 모두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형설앤 측은 2019년 이우영·이우진 작가 등의 개별적인 창작활동을 문제 삼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우영 작가는 사망 전 형설앤과의 장기 소송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인기 만화인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의 빈소 ⓒ 연합뉴스
1990년대 인기 만화인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의 빈소 ⓒ 연합뉴스

대책위 대변인을 맡은 김성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작가들은 사실상 작품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작가들의 손과 발은 묶인 과정에서 《검정고무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캐릭터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형설앤이 15년에 걸쳐 《검정고무신》으로 벌인 각종 사업은 77개에 달했지만 해당 기간동안 이우영 작가가 받은 돈은 12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민·형사 소송으로 작가들의 창작 활동은 묶인 반면 회사 측은 애니메이션 극장판이나 협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배제된 작가의 고통은 더 커져갔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검정고무신》 작가들이 저작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며, 향후 이우영 작가 추모 사업과 불공정한 계약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문화적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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