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마약 혐의 체포 “태어나서 죄송…5·18 유족께 사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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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 “사죄 기회 주신 국민께 감사하고 민폐 끼쳐 죄송”
마약 혐의 인정…경찰, 엑스터시 등 투약 조사 후 영장 검토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씨가 3월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씨가 3월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자금 의혹 등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 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2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전씨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이날 오전 6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전씨 도착 즉시 신병을 확보, 마약 투약 관련 수사를 위해 서울청 마포청사로 압송했다. 전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마약류 투약 여부 검사 및 자신과 지인들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발언의 진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전씨는 체포 직후 취재진에 "마음 다치신 분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축복받은 것 같다. 태어나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입국 절차를 마친 후에도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수사받고 나와 5·18 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입국장으로 나온 전씨는 일부 시민들이 격려나 응원을 보내자 살짝 웃어보이는 등 긴장 속에서도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전씨는 사과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죄인이니까"라며 "제 삶이 소중한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고, 저는 살아있지만 그 분들은 여기 안계시니까 제게 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폭로성 발언을 한 이후 최근까지 5·18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약속해왔다. 그는 지난 26일 SNS에 항공편 예매내역을 올린 후 "도착한 이후 바로 광주로 가겠다"며 "5·18 기념 문화센터에 들러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밝혔다. 

전씨는 자신의 폭로와 귀국에 대한 가족 반응을 묻자 "저를 미치광이로 몰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아끼거나,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거나 갖가지"라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씨가 3월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씨가 3월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약 혐의에 대해서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에서 마약을 사용한 병원 기록도 있으니 확인해보면 된다"며 투약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경찰은 전씨에 대한 마약 검사와 신문 결과를 종합해 체포시한이 만료되기 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씨는 뉴욕에 체류하던 지난 13일부터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가의 비자금 의혹과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 투약 혐의를 폭로했다. 지난 17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마약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뒤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전씨는 당시 "이게 MDMA라는 약입니다. 엑스터시예요. 이건 DMT라는 겁니다. 이것도 할 거예요"라고 말한 뒤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물과 함께 잇달아 들이켰다. MDMA(메틸렌 디옥시메탐페타민)는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DMT(디메틸트립타민) 역시 환각을 유발하는 마약류다.

그러면서 "이거 해도 안 죽어요. 근데 검사했을 때 나와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다 할 거예요. 제가 이렇게 방송에서 마약을 먹어야지 검사를 받고 형을 살 것 아닙니까",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거하고. 벌받아야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씨는 "제가 갖고 있는 모든 마약을 먹었습니다"라고 말한 뒤 "아 어지럽다. 어지럽습니다. 무서워요. 무섭습니다"라며 횡설수설했다. 이후 전씨는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 방송과 발언 등을 토대로 전씨를 입건 전 조사(내사)한 뒤 마약류관리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했다. 전씨가 폭로한 지인 가운데 국내에 체류하는 2명도 마약 혐의로 조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씨가 3월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씨가 3월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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