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용인과 함께”…스탠스 바꾼 親尹 지도부 속내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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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측 “이준석계는 당의 중요 자원”…MZ 표심 잡기 행보
“태도 돌변 타이밍 늦었다” 지적도…이준석계 ‘마이웨이’ 시사

“다른 후보들과는 화합해도 내부 총질한 이준석계는 안 된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기에 김재원 최고위원도 낙선한 이준석계 인사들을 ‘당에서 방출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현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이준석계 인사들을 당 요직에 중용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정치권에선 여당 지도부의 기류 변화 원인으로 저조한 당 지지율이 지목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조수진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조수진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천하람 함께 가야”…주요 당직 활용도 시사

최근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은 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인사들과 함께 가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천하람 변호사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당의 주요 당직자이고 당협위원장”이라며 “당연히 함께 가야지, 거기에 대해 특별히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영 원장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천아용인 중용을 비롯해) 불가능한 건 없다. 모두 우리 당의 당원이니 당원이라면 어떤 자리든지 발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지난 2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준석, 유승민계라고 해서 공천에서 무조건 배제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원들과 당을 지지하는 분들께서 판단하실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류 변화에 대해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8일 통화에서 “표면적으로 이준석계 인사들에게 어떤 자리를 줄 것이라는 구체적 논의는 없지만 다들 당의 중요 자원인 만큼 여러 곳에서 쓰이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분들도 전당대회에 함께 참여했었고 당에 같이 계신 분들”이라며 “또 천하람 변호사 등은 각자 지역에서 좋은 역할도 하고 있고 그 지역(호남)이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지도부의 태도가 바뀐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는 최근 추락 중인 정부여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타개책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근로시간제 역풍’, ‘한·일정상회담’ 등의 악재로 정부여당 지지율은 연일 추락세다. 특히 당의 MZ(2030세대) 민심이 가장 많이 이탈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0~24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7.9%까지 추락했다. 전주보다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민주당(45.4%)과의 격차는 여전히 오차범위 밖이다. 특히 18~29세 청년층 지지율은 33.2%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0.1%포인트 상승했지만 3주전과 대비하면 8.1%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당 지도부가 청년층과 밀접한 천아용인 인사들을 중용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예령 대변인도 “MZ세대 표심 잡기에도 천하람 변호사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또 최근 지도부에서도 청년대변인 선발 등 청년층 공감 행보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대표도 이날 경희대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진행된 ‘1000원 학식’ 현장을 찾는 등 MZ 민심 끌어안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김기현 지도부가 형식적인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윤(비윤석열)계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전당대회 직후에 대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당 지지율에서 컨벤션 효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에서 손 놓고 있다가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서 지도부에서도 아차 싶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에서야 포용의 태도로 돌변한 것은 약간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김 대표의 기조인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실천하려면 진정성이 필요하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 미흡하다”며 “보여주기식으로 특별위원회 등 당의 자리에 배치시키는 정도로는 민심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지 (비윤계를) 안고 가는 전략을 처음부터 했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이준석계 후보들이 2월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전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전 당대표 후보, 허은아 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전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천아용인은 ‘마이웨이’…이준석 “지도부 라인업 잘못 짜”

실제 천아용인 인사들도 지도부의 러브콜에 선을 긋고 ‘마이웨이’를 시사하고 있다. 천하람 변호사는 지난 2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누구를 만나서 지지율 올라가는 정치는 끝났다”며 김 대표와의 회동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천아용인을 쓴다고 갑자기 지지율이 올라가겠나”라며 정책에 집중해 청년층 민심을 얻을 생각을 하라고 일갈했다.

이 전 대표도 지도부 저격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청년층 소구력이 있는 천하람 변호사에게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 잡은 1회 말에 구원투수 올리자는 팀은 그냥 애초에 (당 지도부) 라인업을 잘못 짠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3%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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