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조현천, 웃으며 무혐의 자신…“계엄문건 진실 밝힐 것”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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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3개월 만에 귀국 직후 체포…검찰 압송
“도주 아닌 귀국 연기…檢 수사로 문건 본질 규명”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3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3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 도피 약 5년 만에 체포됐다. 

서울서부지검은 29일 오전 6시34분께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청사로 압송했다.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조 전 사령관은 전날 미국 애틀랜타에서 인천행 델타항공 DL027편에 탑승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 도착 직후 2018년 9월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체포 상태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조 전 사령관은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등과 관련해 무혐의를 자신했다.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보이기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조 전 사령관은 귀국 이유에 대해 "계엄문건 작성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문건의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년 넘게 귀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 보고나 지시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3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3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한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문건은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던 촛불집회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한 불법 계엄령 계획을 골자로 한다.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은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하지만 신병 확보가 불발되자 2018년 11월 기소중지했다. 

당시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한 뒤 그해 12월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수년 간 귀국하지 않고 수사를 피해 오던 그는 지난해 9월 현지 변호인을 통해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권에서 줄곧 수사를 피하며 도피 생활을 이어오던 조 전 사령관이 돌연 귀국 의사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기획 입국'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상대로 문건 작성 이유와 도주 정황 등을 조사한 뒤 체포시한 만료 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계엄 문건을 둘러싼 혐의 입증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사령관 지시로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은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과 기우진 전 기무사 5처장은 2019년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은폐 목적으로 계엄 검토 문건을 훈련 비밀로 생산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소 전 참모장과 기 전 처장은 1심 선고 후 예편해 민간 법원에서 2심을 받고 있다. 

문건 작성 당시 군 지휘라인 '윗선'이었던 한 전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조 전 사령관은 5년간 수사기관을 우롱하며 해외도피한 내란음모 주범으로 즉시 강제수사를 개시해야 한다"며 구속과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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