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상병헌 의장 감싸는 민주당, ‘절대 과반’의 자신감인가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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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세종시의회 다수당으로서 좀 더 책임있는 자세 보여야”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이 2022년 7월19일 의장단 취임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홈페이지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이 2022년 7월19일 의장단 취임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홈페이지

“동료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

세종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A시의원과 대화에서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 불신임안 상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세종시의회가 3월23일 상 의장 불신임안을 상정할지를 결정하는 날이었다. A시의원은 “난감하지만, 의회는 여야 대결의 장인 만큼 야당의 결집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상 의장 사태에 대한 반성이나 이에 대한 세종 시민들의 분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동료의원들이 누구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게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은 지난 1월 동료 남성 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상 의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상 의장은 지난해 8월 말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국회 연수를 받는 초선 세종시의회 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식당 앞 인도에서 민주당 소속 한 남성 의원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 의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누구에게도 성추행이라고 비난받을만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성추행이라는 허위과장 프레임을 통한 정치공세를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하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는 분위기다. 또 다른 한 시의원도 당시 상 의장으로부터 입맞춤을 당했다는 주장을 새롭게 내면서다. 

상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상정은 계속 불발됐다.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조직적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3월23일 제척 사유가 있는 상 의장과 피해자 2명을 제외한 17명이 투표한 결과 반대 11, 찬성 6으로 불신임안은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투표권이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 11명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2월9일 투표와 똑같은 결과였다. 상 의장 본인이 거부권을 행사한 1월30일에 이어 세 번째 상정 불발이다. 

상 의장은 지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의원 배지를 가슴에 달고 세종시의회 의장실을 출근한다. 민주당 시의원은 공개 응원의 메시지도 내놨다. 여미전 세종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는 “스스로 의장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그 사항에 대해서 본인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사건의 본질을 모르는 여러 시민이 볼 때 그렇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상 의장은 성추행 관련한 본지 취재 요청에 답이 없더니 3월29일 핸드폰 문자로 “현재 수사 중이어서 따로 드릴 내용이 없다”고 했다. 

상 의장 감싸기는 민주당이 이 사태를 진보 정치의 도덕성과 연결시키는 듯 하다는 해석이 흘러나온다. 도덕성이 생명인 진보 진영이 내세운 세종시의회 의장 주변에서 추문의 악취가 진동하면 큰 상처를 입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도 상 의장을 회부해 조사했지만, 판단을 보류했다. 이는 민주당 세종시의원 전체에게 진영 대결에서 패하면 안된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진영 지키기’로 접근한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이번 상 의장 사태에는 시민단체도 상 의장과 민주당에 책임을 묻고 있다. 오죽하면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가 “기 싸움으로 변질한 갈등과 상병헌 의장 성추문, 김학서 의원 실수와 욕설까지 부끄러움으로 얼룩진 의회만 보게 됐다”고 할 정도다. 

민주당 입장에선 상 의장 논란이 빨리 수그러들기를 기대할 것이다. 논란이 들끓다가 유야무야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20석 중 13석 절대 과반을 차지한 자신감도 밑바닥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더 절망적이다. 상 의장 논란은 검찰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두고두고 민주당에 부담될 것이다. 특히 검찰이 기소하거나 법원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의장직을 유지하게 해 준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세종시의회에서 절대 과반의 힘을 가졌지만, 정치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다. 민주당이 ‘상 의장 지키기’에 골몰하는 사이 민주당은 시민사회와 괴리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막강한 힘을 갖는 세종시의회 다수당으로서 좀 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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