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자신 조현천의 입…문재인 정부 겨누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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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만만’ 수사 기대감 드러낸 조현천, 檢 칼날 방향 바뀌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3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3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한 '계엄령' 의혹 열쇠를 쥔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이 체포됐다. 5년 넘게 수사망을 피해 오던 조 전 사령관은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이며 '무혐의' 처분을 자신했다. 

조 전 사령관이 내놓을 진술에 따라 검찰 수사는 문건 조작 의혹으로 확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겨눌 가능성이 있다.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받은 그가 돌연 입국을 결정한 시점과 무혐의를 확신하는 태도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5년3개월 만에 모습 드러낸 조현천 "의혹 해소 기대"

조 전 사령관은 29일 새벽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검찰로 압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토록 지시하고 이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이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규모 시위 및 촛불집회가 있을 것으로 가정, 무장 특전사 등 계엄 임무 수행군을 신속 투입하고 탱크·장갑차를 대거 동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도 탱크를 배치하고 언론사 기사를 검열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적혔다.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무력화하는 방안 역시 포함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18년 7월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일부 자료를 공개했다. ⓒ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18년 7월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일부 자료를 공개했다. ⓒ 연합뉴스

군과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2018년 7월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해당 의혹 관련 수사를 벌였다. 당시 관련자들이 줄소환되고 일부 기소됐지만, 핵심 인물인 조 전 사령관은 예외였다. 2017년 9월 전역 한 조 전 사령관이 같은해 12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하면서다. 결국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 처분했고, 수사는 윗선을 향해 뻗어가지 못한 채 중단됐다. 

5년 넘게 수사망을 피하던 조 전 사령관이 갑자기 귀국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조 전 사령관은 현지 변호인을 통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조 전 사령관이 귀국 의사를 밝히기 바로 하루 전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임태훈 권인권센터 소장 등을 고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계엄령 문건 내용을 고의로 왜곡해 내란음모로 몰아갔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방부가 훈련용으로 만들어진 단순 검토 보고서인 점을 알면서도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쿠데타 등 불법성이 있는 문건처럼 규정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TF 측 주장이다.

조 전 사령관 귀국 결정 배경에도 정권이 교체된 점, 국민의힘 고발에 따라 문건 조작 의혹 등으로 수사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점 등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체포된 상태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은 이날 여유 있는 태도로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 계엄문건의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며 무혐의를 자신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오른쪽)이 8월21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용인의 제3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해 우리 군의 대응책 및 북한군의 동향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오른쪽)이 2015년 8월21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용인의 제3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해 우리 군의 대응책 및 북한군의 동향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검찰 수사, 朴정권서 文정권으로 옮겨갈 수도

조 전 사령관에 적용된 핵심 혐의 입증은 난항이 예상된다. 내란음모 혐의가 입증되려면 최소 2명 이상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했다는 구체적 합의와 실질적 위험성이 모두 인정돼야 하는데 관련자들이 일제히 이를 부인하고 있어서다. 

2018년 합수단 수사에서 계엄문건 작성 과정에서 구성된 TF가 문건 실체를 은폐하기 위해 실제 내용과 다른 문서명을 사용하고, 인터넷이나 내부망에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컴퓨터를 쓴 점 등 여러 의심스런 정황이 확인됐다. 조 전 사령관이 문건 작성을 앞두고 청와대를 4차례 방문했고, 계엄문건 작성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만난 사실도 확인됐지만 구체적인 윗선 개입 여부는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총리를 비롯해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장관 등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은 계엄 문건 작성 지시나 개입을 모두 부인하는 상태다.

문건 유출과 공개, 문건을 불법으로 규정한 경위로 수사가 뻗어나갈 경우 문재인 정부 인사들로 수사 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이 해당 사안을 이미 고발 조치했고, 조 전 사령관 역시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만큼 검찰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줄소환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엄 문건을 폭로했던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조 전 사령관이 면죄부를 받기 위해 자진 귀국했다는 의혹을 언급하며 "조씨의 혐의를 인정, 기소중지와 지명수배를 결정했던 주체는 검찰"이라며 "게다가 합수단 활동 종료 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되었는데 당시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스스로 '정치 검찰'의 오명을 뒤집어 쓰지 않기 바란다"며 "당연히 구속돼야 할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지, 하지 않는지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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