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망 조여오지만...침묵하는 이재명의 사람들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3 11: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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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김용·이화영·김만배, 그들은 왜 침묵하는가
김용·정진상·이화영은 혐의 부인, 김만배의 긴 침묵에 재구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조여오고 있지만, ‘핵심 4인방’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대장동 관련사 화천대유자산관리 김만배씨다.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경기도는 모르는 일”이라며 이 대표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왼쪽부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
왼쪽부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시사저널 박정훈·김용 부원장 페이스북·시사저널 박정훈

법정에 선 이재명 ‘정치적 동지’ 정진상·김용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측근설’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정진상 전 실장은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 시절부터 함께했다.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정책실장 등 요직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고, 구속 직전까지는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맡았다. 그는 운동권인 ‘남총련’(광주·전남지역 대학총학생회연합) 출신으로 알려졌다. 남총련은 1998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라는 판단을 받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기관이다. 친북 성향이 강한 지역 조직으로 전해진다. 김용 전 부원장과 이 대표의 인연도 성남시에서 시작됐다. ‘분당 매화2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을 맡을 때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성남시의원을 지낸 그는 대장동 사업에서 핵심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공신으로 활약했다. 두 사람은 이 대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동지다.

‘2인자’로 불리는 정진상 전 실장은 2022년 12월9일 결국 구속기소됐다. 김만배씨 등 대장동 사업자들의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천화동인1호 지분 428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상 뇌물 등)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서 모두 2억4000만원을 수수하고 관련 증거인멸 지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정 전 실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뇌물수수 장소로 지목된 성남시청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뇌물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전 실장 측은 3월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이 대표는 직원들이 뇌물을 못 받게 하려고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다”면서 이처럼 주장했다. ‘428억원 지분 약정’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용 전 부원장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정치자금이 이재명 대표를 위해 쓰였다는 것이 입증되려면, 김 전 부원장의 진술이 중요하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참가 시점에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서 8억4700여만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가운데 6억원가량이 실제로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고,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끼워맞췄다”며 부인했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는 함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석방 3개월여 만인 2월18일 김씨를 재구속했다. ‘428억원 약정’에 대해 정 전 실장이 침묵하는 만큼, 김씨의 신병을 확보해 최대한 진술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김씨는 이번에 2021년 10월~2022년 11월 대장동 관련 범죄수익 340억원을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으로 추가 기소됐고, 앞서 2021년 11월22일에는 대장동 개발 의혹(특경법상 배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428억원 약정’에 대해 입을 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검찰은 이미 김씨 등 대장동 사업자들이 빼돌린 1000억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동결했는데, 김씨가 ‘428억원 약정’을 인정하면 이 역시 몰수추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북 송금 몰라” 이화영에 김성태 분노

“2014년 6월 정진상·김만배·김용·유동규는 의형제를 맺고….” 3월29일 법정에서 밝힌 검찰의 설명대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그룹이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서 받은 뇌물을 정진상 전 실장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정 전 실장과 함께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저격에 이어 정 전 실장과도 각을 세웠다. 그는 이날 오전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시장실에는 CCTV가 아예 없고 녹화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 역시 오후 재판에서 “시청에 확인한 결과 CCTV에 회로 연결이 안 돼, 비서실 직원도 민원인들이 항의할 때 휴대폰으로 녹화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 측은 이를 반박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만든 ‘평화부지사’ 자리에 처음 온 인물이 이화영 전 부지사다. 이 전 부지사는 이후 경기도가 진행한 대북 사업 등을 주도했다. 그는 친노무현계의 좌장인 이해찬계로 분류된다.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이던 2019년 1~11월 모두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다는 ‘대북 송금 의혹’을 풀 열쇠는 이 전 부지사가 쥐고 있다. 쌍방울은 300만 달러가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은 3월24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법인카드 제공과 대북 송금 과정 등에 대해 언급했다. 3월3일에도 “이화영 부지사를 통해 안부수(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를 소개받아 대북사업을 의논했다”고 했다. 2월28일 재판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그룹으로부터 선거 차량과 운전기사 등을 받았다’는 그룹 전 직원의 증언도 나왔다. 이러한 특혜가 이재명 대표와도 연결된다는 취지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수차례에 걸쳐 김성태 전 부회장 등과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는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김 전 부회장은 “우리 쪽 사람 10명이 넘게 구속됐고 회사도 다 망하게 생겼다”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비행기도 옆자리에 앉았고 북한 송명철도 만났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고도 한다. 김 전 회장은 2월3일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핵심 인물들의 진술은 엇갈리지만 검찰은 수사망을 조여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3월22일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등 의혹(특가법상 뇌물 등)과 관련해 이 대표를 기소했다. 이 대표는 2021년 방송 등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2022년 9월8일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동규 전 본부장 등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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