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교·국정원 직원 등 엘리트들이 정명석 조력자로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3 10: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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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돕다 면직된 검사 A씨 판결문에 드러난 엘리트들의 ‘JMS 비호’ 실태
“엘리트가 엘리트를 포섭…사이비 앞엔 돈도 지식도 상관없더라”

여신도를 성폭행해 징역 10년을 산 후 또다시 같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JMS 교주 정명석씨 뒤엔 적극적으로 조력한 검사, 국정원 직원, 육사 출신 군 장교 등 엘리트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수사기록을 유출해 여러 사건에 휘말린 정씨의 법률 대응을 돕고, 정씨의 성폭행 의혹 등을 파헤친 김도형 단국대 교수의 출입국 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행위로 2007년 검찰에서 면직된 전 검사 A씨의 면직처분 관련 판결문에 이 같은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일각에선 과거 정씨가 공개수배 상태에서 8년간 해외 도피를 벌이며 수사망을 피하고 지금까지 여러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계속 교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엘리트들의 조력이 결정적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A씨의 면직처분 취소 소송의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직무상 의무 위반과 위신 손상 등의 이유로 검찰에서 면직됐다. 구체적인 징계 사유로 먼저 A씨는 1999년 1월 초순 광주지검 검사로 재직하면서 방송에서 JMS 측의 탈퇴 여신도 납치 사건을 비롯한 사이비 종교 행각에 대해 보도하자 제보자이며 반JMS 단체의 대표인 김도형 교수에게 전화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후 여러 차례 김 교수의 출입국 내역을 조회하기도 했다.

신도와 수행원에 둘러싸여 있는 JMS 교주 정명석씨(위 사진)와 정씨를 돕다 2007년 면직된 검사 A씨의 면직처분 취소 소송 관련 판결문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캡쳐·서울행정법원 제공
신도와 수행원에 둘러싸여 있는 JMS 교주 정명석씨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캡쳐
신도와 수행원에 둘러싸여 있는 JMS 교주 정명석씨(위 사진)와 정씨를 돕다 2007년 면직된 검사 A씨의 면직처분 취소 소송 관련 판결문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캡쳐·서울행정법원 제공
정씨를 돕다 2007년 면직된 검사 A씨의 면직처분 취소 소송 관련 판결문 ⓒ서울행정법원 제공

검사, 정명석 수사기록 열람…反JMS 인사 사찰도

또 A씨는 2002년 1월 홍성지청 검사로 재직하면서 정씨가 여신도로부터 준강제 추행으로 고소된 사건의 기록을 대출받아 열람했다. 검찰은 A씨가 JMS 측에 형사사법정보를 전달하는 등 검찰업무 외 사적으로 사용해 직무규정을 위반하고, 이러한 행태가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검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검찰 역사상 검사로서 면직된 첫 사례였다.

징계에 대해 A씨는 범죄정보를 수집하려는 의도에서 김 교수의 출입국 내역을 조회한 것일 뿐, JMS 측에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조회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들은 A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A씨와 JMS 단체 간 연관성, A씨가 JMS를 도운 정황 등이 담긴 증거들을 적시했다. 해당 증거들에 따르면 A씨가 꽤나 깊숙한 위치에서 법률 지원 등으로 정씨에게 적극적으로 조력했다는 정황이 확인된다.

증거로 제시된 ‘법률문제 현황과 대책(A 검사 안)’이라는 제목의 표에는 서울중앙지검·대전지검에 접수된 정씨 관련 사건과 관련해 사건명, 사건 내용, 관련 자료, 정씨의 진술 등이 정리돼 있다. 특히 ‘우리 측 자료’라고 적힌 행에는 ‘○○○ 등 진술서 제출 예정, ○목사 등의 진술 제출 필요’ 등 추후 대응 방안으로 보이는 내용이 적혀 있다. A씨가 2002년 열람했던 사건 역시 해당 표에 포함돼 있는데, 재판부는 “사건에 관해 수사 관련 검사 및 수사관들 외 위 기록들을 대출·열람한 사람은 원고(A씨)뿐”이라며 해당 증거에 A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의견을 적었다.

다음으로 제시된 증거들은 더욱 구체적이다. 정씨에게 보고하는 목적으로 보이는 여러 문건들에선 A씨를 포함해 여러 엘리트가 정씨의 법률 대응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정황들이 확인된다. 홍콩교단의 목사가 정씨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에는 ‘우리 회원인 A 검사가 서울지검(남부지검)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만일 서울지검에서도 혹 우리와 관련된 사건과 연관이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적혔다.

‘보고’라고 적힌 또 다른 증거에는 ‘한 그룹은 A 검사와 육사 멤버를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 병역문제 관련 - 이 건은 B 변호사, A 검사가 담당’ ‘○○○건도 A 검사가 진정서를 대법원에 낸 것이 크게 기여하였고, 반환금 소송은 A 검사가 조목조목 반박하여 상고이유서를 작성 제출하여 승리하게 됐음’ 등 A씨가 역시 신도로 보이는 B 변호사와 함께 JMS 관련 사건에 대해 조언하고, 직접 대응에 관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증거에는 ‘A 검사가 직접 주님께 자신의 견해와 각오를 보고 올리도록 준비하겠습니다. A 검사가 정말 열정적으로 주님의 일을 책임지고 해결해 보고자 하는 몸부림이 대단합니다’ 등 A씨에 대한 평가가 들어있기도 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캡처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캡처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캡처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캡처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캡처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캡처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캡처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캡처

“육사 출신 장교와 검사가 VIP 관리도 신경 써”

‘대전 ○○교회의 순회보고’라고 적힌 증거에는 ‘C 등 육사 출신의 장교들이랑 A 검사랑 같이 법적인 문제 관련 일을 하고 있고, 그와 더불어 VIP들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C씨의 편지도 증거로 제시됐는데, 편지엔 ‘법적인 문제를 연구하고 대전팀, ○○○목사, A 검사 등과 계속 의논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앞의 증거와 정황이 일치했다. 1심 재판부는 C씨에 대해 ‘육사 출신 장교로서 JMS 신자’라고 명기했다. ‘VIP 관리에 신경 쓴다’는 대목도 주목된다. 최근 JTBC 등 언론은 탈퇴 신도의 증언을 인용해 JMS 내 VIP 전담팀들이 연예인·정치인 등 사회 저명인사들을 관리해 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여러 진술 증거도 제시됐는데, 여기엔 A씨뿐 아니라 국정원 직원 D씨가 김도형 교수의 출입국 내역을 확인했다는 사실도 담겼다. 홍콩에서 정씨에게 국내 상황을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던 E씨는 진술에서 “홍콩에 있을 때 어느 신자가 공항에서 김 교수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정원에 근무하는 D를 통해 김 교수의 출입국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후 계속하여 확인했는지에 대하여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D씨가 ‘국정원 4급 직원’이라고 적었다. 

판결문에 ‘수의사인 JMS 신자로서 정명석을 위해 법률팀의 일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있다’고 명시된 E씨가 “종전 법률팀의 회의 내용 중에 ○○(김 교수가 이끄는 반JMS 단체) 회원들의 출입국 동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와 그 옆에 확인 가능하다는 문구가 간략하게 기재돼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사실상 동향을 파악해 왔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었고, 회의 내용 중에 그런 동향을 모두 알고 있는 취지의 문구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고 진술한 내용도 있었다. E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봤을 때 A씨 등은 JMS 내에서 ‘법률팀’으로 불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여러 진술엔 A씨의 활동에 대해 들었거나, 직접 A씨를 목격했다는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인정하며 1심 재판부는 A씨의 면직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진술 증거 등에 대해선 그 능력을 인정하진 않았으나 정씨 수사기록 열람, 김 교수 출입 동향 파악 등에 대해 특정 목적 등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면서 A씨의 면직처분은 확정됐다.

과거 한 JMS 행사에서 꽃목걸이를 걸치고 앉아있는 교주 정명석씨 ⓒ‘엑소더스’ 홈페이지
과거 한 JMS 행사에서 꽃목걸이를 걸치고 앉아있는 교주 정명석씨 ⓒ‘엑소더스’ 홈페이지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사실 외에도 JMS에 몸담았던 이들은 입을 모아 JMS 내부에 수많은 엘리트가 빠져들어 있다고 증언한다. 지난 30년간 정씨의 성범죄 등을 추적해온 김도형 교수도 법조계나 공직, 정치권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 등에도 JMS 신자들이 포진해 있다고 밝혀왔다. 특히 김 교수에 따르면 JMS는 초창기부터 명문대생들을 중심으로 포교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엘리트들도 공범”이라며 “JMS 신도가 없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도 답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JMS에 수년간 신도로 있다 간신히 빠져나온 F씨 또한 시사저널에 “기본적으로 명문대생들은 JMS가 가장 공들이는 포교 대상 중 하나”라며 “엘리트가 엘리트를 포섭하고, 예쁜 사람들을 앞세워 집중 공략한다. 사람을 현혹하는 방법에는 도가 튼 이들이 JMS 신자들”이라고 밝혔다. F씨는 “사이비 앞에선 돈이 많든 똑똑하든 다 상관없더라. 그들도 다 JMS의 노예가 되고 성폭행 피해자가 될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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