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물적분할에 가려진 ‘미등기 창업주’의 30억원 보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30 16: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기·김남호 DB 창업일가, DB하이텍서 68억원 받아
미등기 임원의 고액 보수 비판 속 기여도 인정 목소리도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지난 29일 경기도 부천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B하이텍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지난 29일 경기도 부천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무난히 주총 문턱을 넘었다는 평가다. 다만 다른 논란이 일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의 보수였다. 미등기 임원인 두 사람이 지난해 68억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이 논란이었다. 회사는 규정에 따른 정당한 지급이라는 입장이지만 책임도 없는 총수 일가의 고액 보수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창업회장 등 창업일가의 고액 보수 논란은 지난 29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도 언급됐다. 해당 논란은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진행하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이사 보수 승인 한도액이 40억원이고, 실제 집행은 17억4900만원이었다. 이사 6명의 보수가 18억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미등기 임원인 김 창업회장과 아들인 김남호 회장의 보수가 68억원을 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창업회장은 DB하이텍에서 지난해 급여로만 31억2500만원을, 김 회장은 37억100만원(급여 14억2500만원, 상여 22억7500만원, 기타근로소득 1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반해 DB하이텍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창식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10억8800만원이었다.

주주들이 창업일가의 고액 보수를 문제 삼는 것은 이들이 미등기 임원이기 때문이다. 미등기 임원은 등기 임원과 달리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급여를 받는다. 따라서 이사회 결정 사항이 회사에 손해를 미쳤을 때 미등기 임원은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어 ‘책임과 권한이 괴리된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019년 10월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019년 10월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김 창업회장의 경우 과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한 케이스라 더욱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창업회장은 2017년 가사도우미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파장을 일으켰다. 2020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그는 지주사인 DB Inc.에 2021년 3월, DB하이텍에는 같은 해 4월에는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했다. 김 창업회장과 똑같이 그룹의 동일인(총수)이면서 법적문제로 등기 이사직을 내려놓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년째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2021년 미등기임원으로 복귀한 김 창업회장의 담당 업무는 ‘경영자문’이다. 김 창업회장은 2021년 급여로 18억45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보수는 2021년보다 70% 가까이 늘었다.

일각에서는 김 창업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이와는 별개로 불모지였던 반도체 파운드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에 투자를 통해 지금까지 성장시킨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창업회장은 지난 2013년 3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며 매각 위기의 DB하이텍을 구해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김 창업회장만큼 반도체 산업에 전문성을 지닌 총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지만 그가 가진 경험과 안목으로 DB하이텍에 기여한 바를 인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DB하이텍 관계자는 창업 일가의 보수에 대해 “급여는 회사 임원보수규정에 근거하여 지급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