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제 가결’, 이재명 ‘두 번째 체포동의안’ 전망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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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제 체포동의안 가결…李 체포안 부결시킨 민주 ‘내로남불’ 직면
비명계 ‘李 이탈표 규모 커질 것’ vs 친명계 ‘압도적 부결 확신’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날아올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과 체포동의안 표결로 쏠리고 있다. 앞서 거대의석으로 ‘노웅래·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민주당은 하 의원에겐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내로남불’ 역풍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 대표의 두 번째 체포동의안에선 더 많은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에 관한 투표를 마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에 관한 투표를 마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부담 커진 민주당…비명계 “李 체제로 총선 못 가”

하 의원 체포동의안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281명 중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으로 가결됐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가부 여부를 당론으로 내세우진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석수(115석) 등을 고려했을 때 국민의힘에서 상당수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표결 결과로 부담이 더 커진 쪽은 민주당이다. 앞서 자당 소속의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거대 의석수로 밀어붙여 부결시킨 전적이 있어서다. 반면 국민의힘은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오기 전부터 사실상 불체포특권 포기로 당론을 모았다. 또 표결 하루 전인 29일엔 소속 의원 과반이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에 이름을 올리며 민주당과의 차별화에도 나섰다.

민주당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 여론은 민주당의 ‘방탄 행보’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민의힘에서도 표결 결과에 힘입어 ‘이재명 방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실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언행불일치가 비일비재해 앞으로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당내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비명(비이재명)계가 이 대표 책임론을 노골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당직을 유지시킨 ‘당헌80조’ 논란과 소극적인 인적 개편을 거치며 박스권 지지율이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총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도 이재명 체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비명계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 전에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한 번은 나올 것 같은데 사안이 정말 심각한 문제고 직접적 정황까지 나온다면 그때는 이 대표가 꼭 내려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여론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로 계속 가서 총선을 치르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추가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민주당 의원들의 심적 부담감도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체포동의안이 최소 한 차례 이상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서 이 대표에게 걸려 있는 혐의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더 많은 당내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이탈표 속출이 ‘가결’ 투표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심리적 저지선을 무너트렸다는 것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차 있을 지도 모르는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 때에는 또 부(반대)를 한다면, 기준이 뭐냐는 설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성격상 부담을 느끼지 않고 추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민주당 내부의 반발 기류가 더 확산돼 조직적 세력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향방이 더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트 이재명 없는데…두 번째도 압도적 부결 예상”

다만 추가 체포동의안이 넘어와도 이 대표 체제는 굳건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당에 ‘포스트 이재명’이 여전히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경남 양산 사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았을 때 ‘이재명 대표 외 대안이 없으니 단합해 달라’는 당부를 받았다”며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을 강조했다.

여기에 친문계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2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게도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가 아니면 지금 달리 방법이 없다’라는 말을 하셨다”고 박 원장의 주장에 가세했다. 박상병 평론가도 “당에선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며 “지금 윤석열 정부와 검찰 권력에 대항하며 전쟁 중인데 여기서 이재명 대표가 빠져버리면 그걸 대신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친명계에선 이재명 대표와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사안은 무게감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친명계 민주당 초선 의원은 표결 직후 기자와 만나 “이 대표 경우의 야당 탄압으로 규정할 만큼 검찰로부터 무리한 수사를 받았지만 하 의원은 무리한 수사를 당하지 않았다”며 “두 사안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나름의 명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5선 중진의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2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추가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될 경우에 대해 “이번에는 (이탈표가) 그렇게까진 안 나올 것”이라며 “압도적으로 (부결) 표결될 가능성이 크다. 당 사정을 잘 아는 제가 볼 때 당이 흔들릴 일은 거의 다 정리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민주당은 다음 체포동의안 사안도 터무니없다며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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