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옷 벗어 묘비 닦은 전우원…“고맙다” 눈물 쏟은 유족들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03.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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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5·18 민주묘지 찾아 “너무 늦게와 죄송”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유가족인 김길자씨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유가족인 김길자씨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영령 및 유가족 앞에 무릎 꿇고 할아버지 대신 사죄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족들은 “용기내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쏟았다.

전씨는 31일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 기자회견에서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면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으로 흐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광주 도착 후 5·18 유족 등의 환대를 언급하는 부분에선 잠시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전씨는 회견을 참관하던 5·18 유족들 앞에 무릎 꿇고 큰 절을 하며 사죄했다. 그는 몸을 일으킨 후에도 연신 “죄송합니다”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전씨의 사죄를 받은 유족들은 그를 안아주며 “용기 내줘서 고맙다”,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 “끝까지 이 마음, 이 용기 잃지 말아달라”, “항상 몸조심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동하던 중 사망한 故 문재학 열사의 모친은 전씨에게 “그동안 얼마나 두렵고 힘든 고통을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면서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전씨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기념공원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그는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썼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명열사 묘비의 먼지를 자신의 겉옷으로 닦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명열사의 묘비의 먼지를 자신의 겉옷으로 닦고 있다. ⓒ연합뉴스

5·18 희생자들의 묘소들을 참배하던 전씨는 입고 있던 검은색 코트를 벗어 묘비들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주변에서 “수건이 있으니 옷으로 하지(닦지) 말라”는 말도 들려왔으나 전씨는 말없이 코트와 손으로 묘비들을 닦았다. 이후 전씨는 ‘묘비를 닦으실 때의 심정은 어땠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입던 옷 따위로 닦지 않고, 더 좋은 것으로 닦아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씨는 민주묘지 참배 일정 종료 후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 이렇게 와 뵈니 제가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 뿐”이라면서 “앞으로도 이게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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