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채 2조6800억원 상환 의지도 밝혀
김경배 HMM 대표이사(사장)가 매각을 앞둔 HMM의 주식(자사주) 취득을 약속했다.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규모와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나오면서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파크1 본사에서의 정기 주총에서 주주들로부터 자사주 취득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김 사장은 "주식을 충분히 보유하며 책임감 있는 경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주주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살 수 있고, (앞으로) 주식을 취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HMM 주식 매입을 고민했지만 장단이 공존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 장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사주를 사면 진정성을 갖고 회사를 경영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론 주가가 떨어져 임원들에게 회사가 자사주를 사도록 강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HMM은 지난해 3월 김경배 사장의 취임 이후 1년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실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 규모도 크게 확대하지 않았다.
이날 김 사장은 배당 확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다.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HMM이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10조479억원을 거둔 것에 비해 배당 규모가 작다는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이에 김 사장은 "중간배당, 분기배당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어떻게 최종적으로 결정될지 확답할 순 없지만, 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시장이 불확실하고 해운업계 일부 회사가 이미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코로나19라는 외생 변수로 HMM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벌어 둔) 돈을 다 써버릴 수는 없다"는 발언도 했다. 이에 HMM이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취득·소각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선 뚜렷하게 답변하지 않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면서 "2021년 수익을 내서 1주당 600원으로 (배당금을) 책정했고, 이번에 100% 올린 것"이라며 "시가배당율은 5.5%로 최근 3년간 코스피 상위 100개사의 시가배당율 평균의 2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사장의 전임자였던 배재훈 대표이사(사장)는 수십 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입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매달 주식을 취득하는 수준이었다. 배재훈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보통주 8만6182주를 들고 있었다.
김 사장은 주가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대규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에 대해 "HMM 입장에서는 빨리 상환하면 좋지만, 채권단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조기상환 시기가 돌아오면 바로 상환을 시도 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영구 전환사채(CB)와 영구 신주인수권부사채(BW) 규모는 총 2조6800억원이다. 해당 영구채를 약속한 조기 상환시기에 갚지 못한다면 금리가 추가로 오르며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HMM은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를 비롯해 서근우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모두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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